[박흥진의 할리우드 21]다양한 세대 열연한 '스코어' 순풍

금세기 최고의 연기파인 말론 브랜도(77)가 오래간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보인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 13일 개봉된 스릴러물 '스코어'(The Score)가 그것. 그는 이지적이고 품위있는 하이스트(도둑질)영화에서 열연,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수입도 짭짤해 주말 3일간 1,9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2위. 파라마운트가 만든 이 영화는 각기 다른 세대의 뛰어난 연기파들인 노장 브랜도와 중년의 로버트 드 니로 그리고 젊은 에드워드 노턴이 공연, 개봉전부터 연기대결이 볼만할 것이라고 화제가 됐었다. 국내서는 UIP배급으로 11월초 개봉예정. 코미디전문인 프랭크 오즈('인&아웃', '보우핑거')가 감독했는데, 차분한 속도로 진행되면서 드라마와 긴장감을 질서있게 교직, 서서히 관심과 흥분의 나사를 죄어가고 있다. 액션을 절약하고 집약해 사용했는데 고감도 스릴러이면서도 인물과 성격묘사에 충실한 고상한 도둑질 영화다. 몬트리올서 재즈클럽 NYC를 운영하는 닉(로버트 드 니로)은 25년 경력의 베테랑 금고전문털이. 닉은 제1의 신조가 주의여서 여지껏 한번도 법망에 걸린 적이 없다. 닉이 범죄서 손을 털고 스튜어디스인 애인 다이앤(앤젤라 베셋-장식용으로 이 영화는 완전히 남성용)과 함께 조용한 삶을 보내려 생각하고 있을 때 자신의 오랜 범행후원자인 맥스(말론 브랜도)가 닉을 찾아온다. 맥스는 닉에게 몬트리올세관 지하실금고에 보관된 프랑스 문화재인 왕홀을 빼내자고 제의한다. 그리고 닉에게 정신박약자로 위장해 세관 야간청소원으로 취직한 당돌한 잭(에드워드 노턴)을 공범으로 소개한다. 처음에는 범행가담을 거부하던 닉은 결국 '세기의 범죄'를 감행하는데 닉이 감시카메라와 자외선 경보 장치로 둘러싸인 금고에 접근, 기발난 방법으로 왕홀을 빼내는 장면이 손에 땀이 배도록 긴장감있고 스릴있다. 그러나 닉이 범행에 성공한 순간 세관의 경보장치가 울리면서 배신이 일어나는데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종결부가 매우 경쾌하다. 예상대로 세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드 니로와 노턴의 노련대 패기와 함께 엄청나게 비대한 몸집의 브랜도의 장난끼있고 즉흥적이요 또 전능한 연기가 일품이다. 그리고 하워드 쇼의 무드 짙은 재즈음악도 근사하다. '스코어'는 촬영때 감독 오즈와 브랜도의 불화 및 브랜도의 기행으로 큰 화제가 됐었다. 오즈는 브랜도가 동성애자인 늙은 범죄자 맥스역을 만화적으로 과장되게 연기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그래서 오즈는 브랜도에게 "제발 덜 연기해달라"고 부탁했고 브랜도는 이에 응하긴 했으나 오즈에게 "X팔놈"이라는 욕을 내뱉었다고 촬영장에 있었던 사람들이 말했다. 이 뒤로 브랜도는 오즈가 있을 때는 세트에 나오길 거절했는데 두사람간의 중개자 노릇을 한 것이 드 니로다. 오즈는 세트밖에서 모니터로 관찰하며 조감독을 통해 드 니로에게 브랜도에 대한 연기지시내용을 전달하면 드 니로가 브랜도에게 이를 알리는 식으로 촬영이 진행됐다. 괴짜인 브랜도는 오즈와 같은 방에 있을 때면 오즈를 놀리거나 욕을 해댔는데 오즈는 이런 수모를 꾹 참고 겪어야했다. 촬영이 끝난 뒤 오즈는 값진 교훈을 배웠다고 인정했다. 그는 "영화와 극중 인물을 위해서라면 세트의 긴장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나는 브랜도와 대결하지 않고 보다 부드러운 태도를 취했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일보 LA미주본사편집위원ㆍ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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