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일 대북전단을 향한 고사총탄을 발사해 우리 지역에 수발의 총탄이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군도 대응사격을 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한때 고조됐다. 그동안 우리 측 민간단체가 보내는 대북전단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왔지만 총격을 가한 것은 처음이다. 7일에 발생한 북한 함정의 NLL 침범에 이은 이번 도발이 당혹스러운 것은 불과 며칠 전에 보인 북한의 유화적인 몸짓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최근 사태 김정은 건재 과시 선전용
지난 4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용해 근로단체 비서, 김양건 대남 비서 등 북한의 실세 3인방이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전격적으로 참석한 후 2차 고위급회담을 결정한 상황에서 발생한 도발이기에 충격이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는 북한의 도발 다음날인 11일 남북 간 총격전을 언급하며 남북이 합의한 "2차 고위급접촉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고 밝히면서 고위급 회담의 무산 가능성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북한 실세 3인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방문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는 실세 3인방이 남북관계 개선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북한으로 돌아간 후 북한 언론에서 3인방의 인천방문 성과에 대한 보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의 인천아시안게임 종합성적 7위를 북한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이를 김정은의 체육 중시 정책의 결실로 강조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어쩌면 실세 3인방의 관심사는 남북관계 개선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북한선수단이 예상외로 경기에서 선전하자 김정은 제1비서의 즉흥적 지시에 따라 예정에 없이 갑작스러운 방문을 한 것이다. 그 의도는 김정은의 지도력 과시와 체제선전이다. 기자들이 최 비서에게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몰라서 묻느냐"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용해 자신도 뭐라고 대답할 거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남북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우리 측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향해 거리낌 없이 사격을 가한 것이다.
지난 9월3일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 후 김정은이 40여일째 공식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나도는 상황에서 북한내부 결속 및 김정은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하에 북한당국은 김정은 일가를 비난하는 전단에 과거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의연하게 대처할 때 관계 개선될 것
북한 군부의 과잉충성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런 대남 도발은 김정은의 지시나 묵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도발은 다목적 성격을 갖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중단과 함께 대남심리전 차원의 목적도 있다. 유화와 도발의 이중전략을 구사하면서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려는 것은 북한의 오랜 대남전략이다. 따라서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인천아시안게임에 참석했다고 해서 들뜨거나 북한의 도발로 실망할 필요가 없다.
남북관계에서는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조성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행동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북한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할 때,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