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와 같이 이미 투자경험이 있는 전문 투자자에게는 투자위험 등을 설명할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KDB생명보험이 "펀드 투자 실패로 인한 피해를 배상하라"며 현대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4억8,000만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08년 KDB생명은 현대증권이 판매하던 '유리 스카이블루 사모특별투자신탁 제1호' 펀드에 9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중고 항공기를 사들여 수리·리모델링한 뒤 태국 국적의 저가 항공사에 대여해 이 항공사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기업어음 원리금을 상환하는 구조의 펀드였다. 하지만 수리 과정에서 수리비와 수리기간이 크게 늘어난데다 태국 내 반정부 시위로 항공기를 대여 받은 항공사가 취항을 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수리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수리업체가 항공기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등의 문제까지 일어났다. 결국 4억여원을 제외한 투자금액을 돌려받지 못한 KDB생명은 현대증권을 상대로 "투자금 88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현대증권이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해당 펀드의 자산운용사인 유리자산운용과 함께 25억6,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현대증권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총 14억8,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현대증권이 설명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리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등의 위험은 판매회사인 현대증권이 펀드 투자를 권유할 당시 합리적으로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KDB생명은 이 펀드 투자 전 다른 펀드에 45억원을 투자한 경험이 있었다"며 "전문 투자자라고 할 수 있는 KDB생명에 수익증권 판매회사인 현대증권이 설명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