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3차발사 러시아 손에 달렸다

계약서상 가능하지만 거부땐 강제할 수단 없어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3차 발사 여부를 러시아가 전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추가 발사를 요청할 수 있고 러시아는 이를 수용하도록 돼 있지만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영식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세 차례의 한ㆍ러 공동실패조사위원회(FRB)를 열어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규명하면서 3차 발사에 대한 논의를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ㆍ러위원회는 지난 14일 1차 회의를 한 데 이어 다음달 모스크바에서 2차 회의를 개최하고 3차 회의는 이르면 오는 8월께 한국에서 열 예정이다. 김 실장은 "3차 발사에 대비해 나로호 상단부분을 이미 제작했으며 3차 발사가 협의되면 보관 하고 있는 상단의 사용기한과 기능을 점검하고 발사대 유지ㆍ보수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3차 발사를 하게 되면 이미 제작 준비된 송수신 기능만 갖춘 검증위성을 탑재할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추가로 제작해 탑재할지에 대해 소요시간과 예산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1ㆍ2차 발사가 모두 실패로 끝난 상황에서 3차 발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안병만 장관도 지난 10일 발사 실패 후 곧바로 한 브리핑에서 "3차 발사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차 발사에 대한 공식 입장은 유보했다. 김 실장은"일단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고 1ㆍ2차 발사 실패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3차 발사에 관한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러시아와) 우호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원만하게 풀어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이처럼 러시아 측의 눈치를 보는 것은 계약서상으로는 3차 발사가 가능하지만 러시아가 거부할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0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 간에 체결된 계약서에 따르면 두 차례의 발사를 수행하도록 돼 있으며 2회 발사 중 어느 하나가 발사 임무에 실패했다고 FRB에서 결론이 나면 항우연은 추가 발사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항우연이 요청하면 러시아는 이를 수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항우연 측은 러시아가 요청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여러 안전장치를 뒀다. 러시아가 추가 발사를 거부할 경우 계약금액의 5%(약 1,000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고 항우연이 추가 발사를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역시 같은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계약금액의 5%를 못 받는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항우연 측의 요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3차 발사는 불가능하다. 1단 액체로켓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총 2억1,000만달러 규모의 계약금액 중 90~95%는 이미 러시아 측에 지불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3차 발사가 이뤄질 경우 1단 로켓엔진을 비롯해 이송료, 보험료, 기술자 출장비, 운영 비용 등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러시아가 3차 발사를 진행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이 발사를 거부할 때보다 적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2차 발사의 실패 원인 규명 못지않게 러시아 측과 원만하게 3차 발사에 대한 협의를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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