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스톡옵션 확산 배경·과제

경기회복…실질보상 가능성 높아져30여년의 직장생활 끝에 최고 경영자(CEO)에 오른 K모씨. 지난해 10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그는 "스톡옵션은 주인 있는 회사에서 실적주의와 주인의식을 병행시킨 프로그램"이라고 개념을 정의했다.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으로부터 파생된 미국식 경영주의가 도입된지 4년여. 이른바 선진 경영방식이란 이름으로 도입된 스톡옵션이 이제 국내 보수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금융기관과 삼성 등 초우량 그룹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톡옵션은 중견그룹으로 확산되고, 부여 대상도 최고 경영자뿐 아니라 간부급 사원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 스톡옵션 왜 확대되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스톡옵션 도입이 늘고 있는 것은 우선 지난해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국내외 관계사 임직원들에 대한 스톡옵션 지급이 가능해지고 부여 절차도 훨씬 간소화됐기 때문. 지난해 정부는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스톡옵션 지급대상을 해외 임직원들에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했고 지급절차도 일정한도(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3)내에서는 주총 결의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가능하도록 간소화했다. 기존의 급여 인상이나 성과급 지급보다 스톡옵션제가 금전적인 부담을 덜면서 중장기적인 면에서 인센티브 강화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스톡옵션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스톡옵션은 일정시점에서 주식을 매입할 권리만 부여받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나 개인의 입장에서 당장 현금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스톡옵션이 실질적인 보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스톡옵션 확대의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 '대박' 꿈 영근다 올해 스톡옵션을 받는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2004년 3월부터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윤종용 부회장 등 임원 76명에게 150만주(행사가격 27만2,700원), 지난해에는 일부 부장을 포함한 임원급 560명에게 309만9,500주(" 19만7,100원)의 스톡옵션을 줬다. 이 시기에 스톡옵션을 받은 임원 및 부장급은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크게 올라 최고 200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평가 차익을 거두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3년 뒤인 2003~2004년까지 현상태이상으로 유지된다면 스톡옵션을 받은 임직원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 셈이다. 포항제철도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해 유상부 회장 10만주, 이구택 사장 5만주, 부사장급 2만주, 제철소장 1만5,000주, 전무 1만2,000주, 상무와 상무대우 1만주, 사외이사 2,500주의 스톡옵션을 각각 부여했다. 당시 행사가격은 9만8,400원. 포철 임직원들은 이미 수억~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고 있다. ◇ 형평성 확보가 과제 대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스톡옵션제를 점차로 확대해 간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일반 직원으로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부터 일부 부장급에 스톡옵션을 지급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부여대상을 '회사발전에 크게 기여한 임직원'이라고만 내부 방침을 정했을 뿐 차장급 이하로까지 확산시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스톡옵션의 지급 기준이나 지급 횟수, 지급 규모 등을 놓고 임직원간 형평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은 정작 회사에 공헌도가 높은 연구인력이나 우수 직원들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경우도 많아 스톡옵션이 일부 경영층만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스톡옵션제가 기업체 임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높이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제도로 정착되려면 지급기준 등에 있어서 명확한 기준 설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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