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강서성(江西省) 북부에는 삼면이 강과 호수에 둘러싸인 `여산`이라는 경치가 뛰어난 명산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산은 늘 구름에 가려있어 산의 본래 모습을 본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송(宋)나라의 대문호 소동파(蘇東坡)도 여산을 찾았지만 역시 산을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시를 한 수 남겼다. `여산진면`(廬山眞面) 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 시를 통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검찰 인사 파문, 정통부 장관자격 시비, 법인세 인하발언 논란, 북핵 문제 등 최근 굵직한 현안이 연이어 돌출되고 있다. 그러나 고건 총리의 진면목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김영일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11일 “노 대통령은 `개혁 대통령, 안정 총리`를 주장하며 내각에 책임과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다고 했으나 고 총리의 모습은 대구참사 수습현장 외에는 잘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각종 국정현안에서 독주를 하고 있어 제 아무리 고 총리라 해도 책임총리로서의 위상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지어 총리실 내부에서 조차 고 총리가 첫 조각발표 이후에는 당초 기대했던 인선 작업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어 조만간 있을 국무조정실 차관급 2자리 신설 등 직제 개편에 있어 청와대에 밀릴 것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고건 총리를 바라보는 이같은 시선을 접하면서 문득 위의 고사성어가 생각났다. 행정의 달인이라고 칭송받던 고 총리의 행정능력이 새 정부 출범기에 대내외적으로 터져나오는 짙은 구름에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닐까. 개혁적인 이미지의 노무현 대통령과 안정적으로 내각을 이끌어야 될 고건 총리의 파트너쉽이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동거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고 총리의 진면목을 바라는 기대만큼이나 기다림의 여유도 함께 가져야 될 것이다. 고 총리가 취임일성으로 “헌법에 규정된 총리의 권한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지 아직 보름도 안됐기 때문이다.
<김민열기자(정치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