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자체 의료시설 설립 붐

의료비 절감에 생산성도 향상 '두토끼 잡기'
대기업 10곳중 1곳 갖춰…연말엔 2배 전망
독자적으로 약 조제·무료공급 기업도 늘어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자체 의료 시설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특히 대기업 10곳중 1곳이 현재 독자적인 의료센터를 갖췄고 연말에는 그 숫자가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토끼’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1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에 있는 거대기업 1,000곳 가운데 100개 업체 이상이 최근 자체 의료시설을 새로 설립하거나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계속돼 연말까지 그 수가 25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요타. 이 회사는 지난 2일 텍사스에 562평 규모의 의료센터를 새로 짓고 샌 안토니오 공장 및 협력업체의 종업원 및 가족 4,000여명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에는 2명의 정규직 의사와 시간제 내과의사 1명이 상주하고 X-레이와 혈액검사 장비도 갖추고 있다. 펩시 버틀링도 미국내 3만3,000명의 종업원을 위해 최근 15개의 의료센터를 개설했고 앞으로 2년 동안 15개를 추가 건립하는 등 자체 의료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맨해튼 사무실에 내과의사와 시간제 의사를 두고 자체 의료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닛산ㆍBMW도 자체 의료시설을 갖췄다. 독자적으로 약을 조제, 종업원들에게 무료로 공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퀄컴은 샌디에고 공장에 110여평 규모의 약국을 마련하고 8,000여명의 종업원에게 무료로 약을 조제해 주며 도요타는 역시 미국내 11개 공장에서 자체 약국 및 처방시스템을 갖추고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처럼 자체 의료시설 확보에 발벗고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사가 지불하는 의료보험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컨설팅업체의 한 관계자는 “의료시설을 2,000명이 이용할 경우 연간 150만~200만 달러가 절감될 것”이라며 “자체 의료진을 갖추면서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례가 줄고 병원 진료건수도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시설은 종업원들에게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한다. 특히 당뇨병이나 천식 같은 만성질환은 물론, 알레르기ㆍ전염병ㆍ임신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면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을 줄였다. 펩시 버틀링의 데이비드 캐시아즈 부사장은 “종업원들의 건강은 기업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며 “고객들은 회사의 운전사와 판매 사원들의 모습에서 우리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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