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브랜드 "한국은 테스트 마켓"


유행에 민감하고 까다로운 취향의 한국 고객을 글로벌 시장으로 통하는 관문처럼 여기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을 해외 시장에서 성공 여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 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S.T듀퐁, 레오나드, 루이까또즈 등이 한국 소비자의 깐깐한 안목을 해외 시장 진출의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는 주인공들 특히 남성 명품 브랜드 S.T 듀퐁은 남성 언더웨어라인을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해 주목 받았다. 명품 브랜드가 통상 글로벌 통합 정책으로 전세계에서 동시에 신제품을 선보이고 일관된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업계에서는 신상품 수용력이 강한 한국적 특징을 간파한 데 따른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해부터 LG패션이 국내 독점 전개하고 있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레오나드 역시 한국 시장을 본격적인 아시아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았다. 꽃무늬 실크 프린트가 특징인 고가의 레오나드는 한국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최근 중국 시 장에 매장을 열었다. 다니엘 트리부이야 회장도 지난 연말 방한 당시 한국 고객의 높아진 구매력과 유행에 민감한 안목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 레오나드그룹의 전체 매출 가운데 60% 가량이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들이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 그리고 한국 시장이 더 각광받는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내 라이선스업체인 태진인터내셔널에 지난 2006년 인수된 프랑스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는 지난해 프리미엄 라인인 파리컬렉션 출시 후 웹사이트(www.louisquatorze.com)에서 한국 트렌드 세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여기서 반영된 의견은 품평회를 거쳐 제품으 로 출시되는 데, 이미 남성 크로스백이 나왔고 지갑도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밖에 세계 최대의 스포츠 멀티숍 브랜드인 인터스포츠도 올 2월 한국에 아시아 시장 1 호점을 개설했다. 유럽과 미주지역에 국한된 브랜드 위상을 아시아로 넓힌 것이다. 루이까또즈 관계자는 “패스트 패션의 확산 등 최근 패션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만큼 소비자의 기호와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한국 소비자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신상품을 조기에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중요한 테스트 마켓으로 간주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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