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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 추가 개설이 서울 3곳, 제주 1곳으로 확정된 가운데 유통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시내 면세점을 품기 위한 불꽃 튀는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폭발적인 증가로 면세 산업이 성장을 멈춘 유통가에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8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조5,000억원이던 국내 면세점 시장은 지난해 2배 가까운 7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 해마다 두자릿수 안팎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유커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총 입국자의 43%에 달하는 612만명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이들이 지난해 쇼핑에 쓴 돈은 1인당 평균 1,431달러(약 155만원)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의 2배다. 경기침체로 내국인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백화점과 마트의 매출 증가율이 2~3%대에 불과한 반면 유커의 영향으로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은 지난해 판매액 1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유통업계 1위 매장으로 등극했다.
가장 큰 격전지는 꿰어차기만 하면 '대박'으로 알려진 서울 시내 면세점. 대기업 2곳의 참여가 확보되면서 기존 사업자인 롯데·신라·워커힐은 물론 신세계·한화갤러리아·현대산업개발·현대백화점 등이 도전장을 내밀어 7파전 양상이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총 6개(롯데 3개, 신라 1개, 워커힐 1개, 동화 1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허가는 2000년 이후 없었기 때문에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서울 시내 면세점은 관광객들로 소위 '쇼핑 지옥'"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 시내는 관광객 수요가 풍부할 뿐 아니라 인천공항면세점과 달리 과도한 임대료 부담도 없어 수익성 보장이 확실해 대기업들이 면세 사업권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기존 3곳을 운영 중이지만 한류 문화 콘텐츠 제작을 통해 관광객 유치에 힘써온 것과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발굴해 해외 동반 진출의 기회를 제공한 점을 내세워 추가 유치전에 나섰다. 신라면세점 역시 협소한 공간과 적자인 인천공항과의 시너지를 통해 바잉파워를 구축,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 시내 면세점 추가 유치가 간절한 상황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신라가 쟁쟁한 글로벌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향수·화장품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데는 국내 향수·화장품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워커힐 역시 기존 광장점이 시내와 떨어져 있는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접근이 쉬운 시내 추가 면세점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평균 성장률을 크게 웃돈 46%를 기록한 워커힐은 올해 확장 공사를 통해 기존보다 2배 규모로 늘린다는 계획하에 오는 10월 그랜드 오픈 시점에 맞춰 중국인 대상 온라인 및 모바일 커머스론칭을 준비 중이다. 또 중국인 공략 하이엔드 시계·보석 카테고리 특화 전략을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PB 상품을 출시하고 특급호텔·카지노를 연계한 시너지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아이파크몰이 위치한 용산이 발전 가능성과 지리적 강점을 갖춘 만큼 관광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확신하며 입찰 전쟁을 치를 채비를 마쳤고 현대백화점은 3년 전부터 기획조정본부 사업개발팀을 중심으로 면세점 사업에 대한 준비를 치밀하게 준비해왔다며 유치전에 자신감을 비쳤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이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의 무거운 비용부담을 이기지 못해 지난해 처음 자본잠식에 빠지자 시내 면세사업권 확보로 이를 타개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한편 갤러리아그룹은 지난해 6월 개장한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어 시내 면세점 진입 욕구가 높은 상황이다.
제주에 추가 개설되는 1곳의 시내 면세점을 두고서는 제주국제공항에서 내국인면세점을 운영 중인 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도 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JTO)가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와 별도로 오는 3월 롯데 서귀포 시내 면세점 계약이 만료되는 기존 사업권을 두고 흥미진진한 3파전도 펼쳐지고 있다. 롯데는 유커를 잡기 위해 제주시로 이전을 선언하며 전국 최대 규모 중소기업 면세점과 제주 현지법인화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라면세점은 롯데가 제주시로 옮기면 균형 발전이 무너진다고 주장하며 날을 세우고 있고 건설 전문인 부영그룹이 출사표를 던져 뜻밖의 변수로 떠올랐다.
1년 내내 흥미로운 면세점 전쟁 드라마가 예고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사업권을 지나치게 다변화해 면세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기보다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자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더 확고하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면세점이 매출 10조원 돌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반면 시내면세점 증가로 경쟁이 심해져 바잉파워가 약한 신규업체와 중소·중견업체들은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결국 업체 간 과당 경쟁으로 면세업체들의 수익성만 떨어져 경쟁력이 약화되는 사이 인바운드 여행사와 외국인 관광객만 반사이익을 누릴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면세업계 전문가는 "국내 면세산업의 질적 향상과 기업들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내수 시장에서 기초체력을 쌓아야 하는 만큼 정부는 몸집 불리기에 힘을 몰아주고 있는 주변 국가들의 면세점 육성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