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경력ㆍ재력 과장했더라도 혼인 취소는 못해"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을 속이거나 위법한 수단에 의한 것이어야 가능"

법원이 배우자가 결혼 전에 학벌과 소득 수준 등을 과장했더라도 본질적이고 적극적으로 속인 것이 아니라면 혼인을 법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A씨는 3년 전 한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면서 자신이 미국 유명 대학의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고 했다. 사실은 그 대학 관련기관에서 단기 과정을 마친 것에 불과했다.

A씨는 또 결혼정보회사 주선으로 만난 B씨에게 재산이 3~40억 정도 있고 아버지가 대기업 계열사 사장이며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적이 있으나 6개월 만에 헤어졌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B씨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A씨가 다소 과장한 것이었다. A씨는 실제로 상당한 소득을 올리는 사업가이긴 하나 자산이 그리 많지 않았고, 대기업 계열사 사장이라던 아버지는 임원을 지냈을 뿐이었다. 종전 결혼 기간 역시 서류상 5년이 넘었다.

결혼 후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B씨는 혼인 자체를 취소해달라며 남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B씨와 별거 중이던 남편 A씨도 이혼과 위자료를 청구하며 맞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가정법원 가사 5부(배인구 부장판사)는 이 소송에서 두 사람이 이혼하되 혼인을 취소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일부 학력을 과장했고 채무 규모나 종전 결혼 기간을 줄여서 말했다고 해도 본질적인 내용에 관해 B씨를 속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혼인은 외부적 조건이 아닌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전인격적으로 결합하는 것이고 혼인을 희망해 사실을 다소 과장하거나 불리한 사실을 감추는 경우도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기를 이유로 혼인을 취소하려면 혼인의 본질적인 내용을 속였거나 거짓이 적극적인 허위사실 고지 등 위법한 수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부부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고 결혼 생활을 지속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점을 참작해 두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또 A씨에게 혼인 관계를 망가뜨린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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