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개혁안, 경제 활력으로 이어져야

참여정부의 `노사관계 개혁 로드맵`이 4일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연구위원회의 중간보고 형태이기는 하나 이날 노사정위원회에 올린 `노사관계 개혁 로드맵`은 향후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가늠자임에 틀림없다. 노사 로드맵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지금까지 합법 파업에 대해서만 허용되던 직장폐쇄를 불법 파업의 경우도 가능토록 했다는 점이다. 또 공익사업장에서 합법파업이 발생한 때 신규 채용과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를 허용했다. 부당해고에 대해서도 직접처벌 방식을 폐지하고 화해제도를 도입함과 동시에 금전보상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한마디로 사용자의 대항권을 강화한 것이지만 그 동안 합법 파업보다는 불법 파업이 더 기승을 부리던 우리의 노사관계를 감안할 때 진일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선진국의 경우도 합법ㆍ불법을 가리지 않고 직장폐쇄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국제수준에도 부합한 셈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외국기업의 시선이 싸늘한 것은 `전투적 노사관계`가 원인이다. 따라서 이번 노사 개혁안은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우리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한 민주노총을 비롯해 한국노총도 이번 개혁안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의 권리가 지금보다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노사 로드맵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노동계는 즉각적인 파업투쟁 등을 택하기 보다는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또한 신 노사 로드맵을 추진하는 노동부도 필요한 법 개정에 나서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지만 법 개정만으로 노사관계의 선진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산업현장에서 계속 이어지는 각종 불법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는 범국민 의식개혁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사용자측은 신 노사 로드맵이 기업 의욕을 북돋워 주려는데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권력에만 의존하려는 그 동안의 노사협의 관행 등을 버려야 할 것이다. 또한 노사협상에서 편법적인 대응 보다는 원칙을 지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사용자 측의 무원칙한 협상자세가 근로자들의 불법행위 못지않게 노사관계를 후퇴시키는 독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투명경영실천 등에 앞장 서야 한다. 정부는 일단 신 노사관계의 틀을 마련한 만큼 노사정간의 대화와 타협정신으로 합의 도출에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인철기자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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