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 베일속… "예측도 허상"

■유가전망 왜 안 맞나

수요-공급 베일속… "예측도 허상" ■유가전망 왜 안 맞나 국제유가가 하룻만에 급등락을 되풀이하는 널뛰기를 연출하고 있다. 원유공급 확대 또는 수요 감소 기대가 일면 즉시 하락세를 보이다가도 수급불균형 우려가 심화되면 이내 상승세로 돌아서는 게 최근의 특징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 테러 등 불안 요인에 편승한 투기세력이 시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제원유시장이 수급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고질적인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수급상황 등 시장정보없이 OPEC회원국들의 발언, 사우디아라비아 추가 테러설 등에 일희일비하며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OPEC이 3일 250만배럴 증산하기로 했지만 국제유가는 시간외거래에서 되레 상승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테러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도 있지만 OPEC을 포함해 국제기구의 원유수급발표치가 현실과 따로 놀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를 사는 쪽이나, 파는 쪽이나 숫자게임만 하는 게 상례화되다보니 시장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때 그 때 감(感)에 의존해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OPEC은 하루 생산량을 250만배럴 늘려 전체 생산쿼터를 2,600만배럴로 확대한다지만 이미 2,800만배럴 전후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전문통신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은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 쿼터보다 71만2000배럴 많은 835만배럴 생산하는 것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2,820만배럴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공개 생산쿼터인 2,350만배럴보다 500만배럴 가까이나 많은 양이다. 이들 회원국이 암묵적 동의 하에 속임 생산(cheating)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러시아 미국 등 세계 원유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비OPEC국들의 생산추이가 베일에 가려있는 것도 수급분석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러시아는 최근 몇 년동안 재정확보를 위해 원유생산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 왔는데 정확한 보유량과 생산량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석유회사인 TNK와 합작하고 있는 다국적 석유메이저 BP는 원유보유량 수치는 국가안보차원에서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진실을 밝힐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국가안보측면도 있지만 수급수치를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장논리도 유가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거짓 발표는 원유 수입국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국제유가 급등에는 중국의 수요증가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로는 이런 수요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실제 소비량을 줄여서 발표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장 정확한 게 국제에너지기구(IEA) 통계다. 하지만 IEA조차 수급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 수시로 전망치를 조정한다. IEA는 매월 입수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수급전망을 발표한다. 이병관 기자 comeon@sed.co.kr 입력시간 : 2004-06-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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