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타이밍 놓치면 중국 자본에 잠식… 체질변화 집중, 경쟁력 키울 것"

■ 글로벌 자본전쟁-한국의 길을 찾는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자본시장 블랙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거래소가 지주사체제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만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경수(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특별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그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가득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배구조재편과 IPO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중국,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지역의 경쟁 거래소들이 글로벌 자본 유치를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동안 우리는 지난 6년간 공공기관으로 묶여 발전이 정체돼 경쟁에서 소외돼왔다"며 "해외 거래소들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지주사체제 전환과 IPO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타이밍이 늦어지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는 중국 자본시장의 팽창에 따른 시장잠식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최 이사장은 "중국 증시의 하루 현물 거래량은 우리의 20배, 파생상품은 10배가 넘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거래소 시장만으로는 충분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자본을 국내로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자칫 중국 자본시장에 잠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IPO가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해외 진출 확대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체질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거래소는 지난 2005년 통합 이후 매매수수료 위주의 수익구조에 의존해온 탓에 자기자본을 이용한 해외사업 진출이나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본 적이 없다"며 "현재 한국거래소의 매매수수료 의존 비중은 70%를 넘어서 50% 미만인 해외 거래소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되면 정보사업이나 청산결제, 자금중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IPO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해외사업 확대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거래소의 지분가치는 약 2조1,000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IPO가 이뤄지면 해외 거래소들과의 지분 교환을 통해 파생상품의 교차상장이나 연계거래 등도 가능해지게 된다"며 "추후에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해외거래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합작 투자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글로벌 거래소로의 도약을 위한 일환으로 중국, 대만, 일본 등과 아시아 공동지수를 개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권 거래소들과의 연계거래 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자금을 국내 증시로 끌어모으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거래소포럼에서 우리가 처음 아시아 공동지수를 제안했다"며 "상대국들도 모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만큼 내년에는 가시화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거래소는 이밖에도 올 하반기 중으로 베트남에 3,000만 달러 규모의 정보기술(IT) 인프라 관련 사업을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최종 확정하고, 중국의 해외투자 확대 추세에 발맞춰 현지에서 한국시장을 알리는 대규모 IR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팀장 손철 증권부 차장대우, 김현상기자(서울), 서민우기자(베이징·상하이·도쿄), 노현섭기자(자카르타), 송종호기자(뉴욕), 지민구기자( @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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