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소상공인지원자금 브로커 활개

유령공장 세은후에 시설자금 받아 꿀꺽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자금의 규모가 커지고 대출 요건도 간소화되자 이를 노리는 전문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금을 관리하는 신용보증기금과 지역신용보증재단의 인력이 크게 부족, 사기수법 등으로 불법대출을 받는 경우가 급증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22일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중랑구 묵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강모(36)씨는 지난 3월 급히 은행대출을 받으려고 하던 중 보험설계사인 최모(여)씨를 알게 됐다. 최씨는 "300만원을 주면 3∼7일 안에 보증대출을 받게 해주겠다"며 커미션을 요구했고 급전이 필요했던 강씨는 신속한 신용보증이 가능하다는 말에 300만원을 최씨에게 건넸다. 강씨는 지난달 14일 서울신보에 보증을 신청, 13일 만에 신용보증서를 발급 받아 국민은행 묵동지점에서 3,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최씨는 강씨가 보증상담을 하러 가기 전 "서울시의회 이모 의원이 보내서 왔다고 하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귀띔했고 실제로 이 의원이 서울신용보증재단 등에 두세 차례 전화를 걸어 보증을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보측은 이와 관련, 이 의원이 보증심사를 전후해 보증처리를 부탁해온 것을 인정하면서도 심사는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보증승인 과정에서 브로커와 결탁한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신보의 한 관계자는 "보증절차를 잘 모르는 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보증을 알선해주겠다고 접근해 금품을 챙기는 브로커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인력이 부족해 이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창원에서는 헐값에 사들인 중고 기계를 설치한 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시설자금 등을 대출받아 가로챈 사실이 적발됐다. 창원지검에 따르면 김모(48ㆍ부산시 서구 아미동)씨는 98년 4월 김해 B업체의 명의대표를 맡고 있던 중 회사가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구조개선사업체로 선정되자 같은 회사 직원이었던 심모(50ㆍ부산시 서구 남부민동)씨와 공모, 기계류를 헐값에 사들여 회사에 설치한 뒤 업체 시설자금 등 20억원을 공단에 신청해 모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가로채 구속됐다. 지난달 전주에서도 신용보증기금의 생계형 창업 특별자금 등 500건의 대출서류 중 200여건에 대해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20%가 넘는 43건에서 5억2000만여원의 불법 사기 대출사실이 적발됐다. 이밖에 광주에서도 지난달 점포 임대서류를 허위로 작성해 4,000만원의 생계형 창업자금을 불법대출받은 김모(39ㆍ순천시 조례동)씨 등 6명이 순천지청에 구속됐고 유령사업장을 설립하거나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해 창업을 가장한 뒤 시중은행에서 4억원을 대출받아 갚지 않은 최모(34)씨 등 7명도 김천지청에 구속됐다. 인천지검도 지난해 12월부터 생계형 창업자금 대출 관련 범죄수사에 착수해 지금까지 31억6000만원의 불법 대출사실을 적발, 은행 지점장 등 10명을 구속했으며 130여명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의 한 관계자는 "상담과 서류심사 현장조사 과정을 거치는 등 불법대출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제도상 허점을 이용한 사기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대출자에 대한 실제 창업가능 여부, 사업장 존재 여부, 사업 타당성, 대출자금 상환 가능 여부 등 사전심사 또는 사후관리 체계에 보다 철저를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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