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로 사는 게 힘들어지자 지구촌 곳곳에서 “못 살겠다. 바꿔 보자”는 반정부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반정부시위는 경제사정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동유럽부터 불기 시작했다. 시위가 없기로 정평이 난 라트비아의 수도 리가에서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1만명이 넘는 시위가 벌어졌다. 라트비아의 시위는 리투아니아로 번졌고 그 열기는 우크라이나ㆍ헝가리ㆍ체코ㆍ불가리아 등 인근 동유럽 국가로 퍼져갔다. 지구촌 시위·파업으로 몸살
시위의 바이러스는 서유럽으로도 번졌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대책과 개혁에 항의해 전국 200여 도시에서 100만명이 참여하는 시위 및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독일에서는 국적항공사인 루프트한자 승무원 노조가 설립 이후 처음 파업하기도 했다. 러시아에서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블라디미르 푸틴의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도 등장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동유럽시위는 반정부소요가 유럽대륙을 휩쓸었던 ‘1968년 5월’의 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경기침체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일부 국가에서는 사회적 소요나 불안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경제의 침체가 깊어져 가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아이슬란드처럼 경제위기로 정권이 무너지는 나라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파업은 우리에게도 결코 강 건너 불이 아닐 성싶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 사회도 언제든지 불만 댕기면 시위가 확산될 수 있는 불만요인이 증폭되고 있다. 고용시장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제조업 고용인구는 400만명, 자영업자 종사자는 600만명, 20~30년 고용인구는 1,0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새해 첫 달 공식적인 실업자만 100만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봄이 되면 50만명에 이르는 대학생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7월에는 2년간의 비정규직 계약기간도 끝나 직장을 잃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는 계속 주는데 공급은 늘어만 가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그만큼 생존경쟁도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사람들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세상인심도 각박해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도덕과 윤리가 무너지고 강ㆍ절도와 폭력 등 생계형 범죄가 늘어난다. 외환위기 때 수없이 보았던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노부모를 버리는 가족해체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생존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반사회적 행동은 공동체를 위협할 것이다. 사회안전망도 위태롭게 된다. 불만세력들이 집단화하고 이들이 군중심리를 자극할 경우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與野 민생고 해결 적극 나서야
이런 걱정들이 기우에 그치게 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희망의 바이러스를 퍼뜨리자” “긍정의 힘을 모으자”라고 외치고 있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서민들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가족과 함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와 소득이다. 지난주 말 ‘대통령과의 원탁대화’의 시청률이 말해주듯 경제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점차 사위어가고 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력으로 경제대통령의 진면목을 보여줘야 한다. 윤증현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 국회도 대오각성ㆍ환골탈태해야 한다. 경제난으로 신경이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는 국민을 더 이상 자극해서는 곤란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때 등을 돌리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 그 한계선상에 있다. 정부와 국회가 그 선을 넘어서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