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육두문자 난무하는 새정연 최고위


22일 오전 10시10분께. 굳게 닫힌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실을 뚫고 나온 이용득 최고위원의 "XX"이라는 욕설이 고요한 국회 본청 2층 복도를 울렸다. 이에 "왜 반말하느냐"고 되받는 유승희 의원의 고함이 뒤따랐다. 같은 당 최고위원끼리 서로를 향해 욕설과 호통을 치는 막무가내식 '내전'이 민낯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이날 벌어진 사태의 발단은 정봉주 전 의원의 사면을 요구하는 유 최고의원의 발언. 유 최고위원이 정치인 사면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자고 결론 난 당론을 깬 것이 화근이었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부정부패 경제인과 부정부패 정치인의 사면을 반대한 것"이라며 "정의를 위해 정치적 보복을 당하는 정 전 의원이 사면 1호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 때 공개적으로 정 전 의원의 사면을 촉구한 뒤 '당론'을 깼다는 지적을 받자 재차 정 전 의원의 사면을 요구하며 해명을 한 셈이다.

유 최고위원의 발언 직후 이 최고위원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하지만 이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으로서의 발언권을 거절했고 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고 30분쯤 흘렀을까. 이 최고의원의 "똑바로 해"라는 소리가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기자들의 귀에 꽂혔다. 유 최고위원이 "왜 반말하느냐"고 항의하자 이 최고위원은 "XX, 이렇게 했는데 내가 반말을 못하냐. 왜 당을 갖고 물고 늘어지냐고… 당이 싫으면 떠나면 되지, 왜 당을 상처 내고 그러는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다. 유 최고위원은 "내가 언제 당을 흔들었느냐"고 따졌고 이 최고위원은 "그게 트러블 메이커지"라고 말한 후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들의 질문에 "참나 미치겠네. 나 담배 피우러 나왔다"며 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기자들이 밖에서 다 듣고 있다"는 당직자의 조언이 있은 후에야 내전은 종료됐다.

이완구·박영선 전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과정에서 나온 '고성'과는 결이 다른 내전의 현장이었다. 이·박 전 원내대표의 고성 협상이 언론에 공개되자 야당 원내대표실은 나무판자로 방음막을 설치했다. 최고위원 간 고성과 설전이 끊이지 않는 야당 대표실에 '방음막'이 설치될 날도 머지않았다.

/정치부=박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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