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미국 달러화는 물론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적자 논란이 확산되면서 달러 매수세가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평기금 논란으로 환율이 다시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수출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원30전 떨어진 952원20전으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7월25일의 952원10전 이후 근 두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다섯달 만에 100엔당 800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807원10전으로 마감하며 4월21일의 100엔당 806원60전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원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데 대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세력이 자취를 감췄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동안 달러 매수를 주도해온 역외세력은 한일간 금리격차 확대 가능성 등에 대한 부담으로 매수를 자제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내 원화 비중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달러나 엔화 대신 원화를 사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17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까르푸 매각대금의 환전 처리가 대부분 완료됐다는 소식도 달러 매도를 부추기고 있다. 분위기가 이처럼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막대한 외평기금 손실에 따른 부담으로 방어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달러 매도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국회에서 지난해 말까지 외평기금 누적 적자가 17조8,000억원에 달한 데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시장개입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등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 감시기능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당국에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2004년 국정감사를 전후해 나타난 환율 급락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2004년 10월 초 1,150원대였던 환율은 외평기금의 변칙 활용을 통한 손실이 드러나며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뒤 급락세를 보였던 것.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부 세력이 외평기금 환평가손 등에 편승해 환율 하락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며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