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 서민들 삶이 바뀐다 집안에서 나뒹굴던 전화카드 사용 늘어30~40대 젊은층들 보건소서 예방 접종휘발유 적게 쓰는 소형차량 잘 팔려주말비해 요금 20~30%싼 '월요일 결혼식'확산 추세최악 취업난·미래불안 겹쳐 과소비 논란 사라진지 오래 김홍길기자 what@sed.co.kr 송대웅 기자 직장인 L(33)씨는 3~4년 전에 방치했던 공중전화 카드를 찾아 요즘 재활용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녀 생활이 빠듯하지는 않지만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한푼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다. 내수회복 지연, 아파트값 급등, 고유가, 환율 급락에 따른 기업채산성 악화 등등.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침체된 경기 탓에 중산층의 삶까지 급속히 변하고 있다. L씨처럼 과거 버렸던 전화카드를 다시 찾아 활용하는가 하면 60대 이상 고령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보건소에는 30~40대들도 몰려들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난 99년 이후 급감해온 무인 공중전화의 매출액이 최근 들어서는 감속폭이 둔화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소비' 논란 사라진 지 오래=신민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90년대 초반만 해도 과소비가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지만 지금은 아예 '과소비'라는 말조차 듣기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점유하고 있는 동네 보건소에는 30~40대 젊은 층 직장인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중구 보건소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60대 이상 고령층이 많이 찾고 있지만 30~40대 층도 자녀들과 함께 오는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띄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 셋을 두고 있는 공무원 B(40)씨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만 해도 병원에서만 예방접종을 맞혀왔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저렴한 비용의 보건소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둘째 아이를 임신한 주부 이모(31)씨 역시 "첫째 아이 때는 철분제를 약국에서 사먹었는데 생활비도 아낄 겸 보건소에서 철분제를 무료로 타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까지 전방위 확산(?)=현대차 쏘나타는 올 들어 9만4,175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 탓인지 배기량이 작은 모델을 구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쏘나타 모델은 배기량에 따라 3.3l, 2.4l, 2.0l 등 세 종류다. 이 가운데 올해 가장 많이 팔린 것은 2.0l 모델로 쏘나타 전체 판매량 중 98.3%를 차지했다. 2.4l, 3.3l 모델은 각각 1.6%, 0.3%에 그쳤다. 고급 차종의 저배기량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기아차나 GM대우 등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산층도 소비의 여유를 잃어 외형은 유지하더라도 속 내용은 점점 소비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월요일 결혼식'도 확산되고 있다. 주말 결혼식에 비해 20~30% 가량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포털사이트 D사에는 짠돌이 절약의 비법을 소개하는 카페만 500여곳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업난, 미래 불안 때문" 투자만이 대안=전문가들은 경기회복이 지연되는데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가계 수입이 급감함에 따라 중산층 삶의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서 서민들이 97년 IMF 때와 비슷한 미래 불안감에 휩싸여 이 같은 변화에 속도가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홍섭 부산교대 사회과 교수는 "경기회복이 더디고 실업자가 증가한 데 따라 중산층의 소비패턴도 변화가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체감경기가 악화된데다 취업난까지 겹쳐 중산층의 불안이 확산되고 소비패턴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업들의 투자확대로 신규 일자리를 늘리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1/20 1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