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잡힌 1500억 해외 비자금

■ 국세청 332억 추징 통보
중견 선박업체, 페이퍼컴퍼니 통해 조세피난처 비밀계좌에 은닉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확보에 나선 관세청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조세피난처(tax heaven)에 1,500억원대의 비밀계좌를 은닉한 중견 선박업체를 적발했다.

관세청은 해운·선박업계 등이 외국에서 번 수입을 국내로 송금하지 않고 외국에 숨겨 소득세ㆍ법인세 등을 빠뜨린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탈세 목적의 국부유출 단속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관세청은 1일 서울에 본사를 두고 부산·인천항에서 해운업을 해온 A주식회사와 사주가 거액을 탈세한 혐의를 확인하고 외국환관리법 위반, 재산 국외도피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의 통보를 받은 국세청은 A사와 사주를 조사해 사주에게 종합소득세 302억원, 주민세 30억원 등 332억원을 추징하겠다고 통보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파나마 페이퍼컴퍼니를 현지 방문하는 등 1년6개월간의 조사 끝에 이 같은 탈루 혐의를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A사는 2000년대 초반 보유 선박을 페이퍼컴퍼니(SPC) 명의로 위장해 파나마에 편의치적했다. 편의치적은 선박에 부과되는 재산세ㆍ소득세 등 세금 부담과 선원법 등 각종 규제를 피하고자 현지법인 명의로 조세피난처에 선적(船籍)을 두는 것을 말한다.

이 업체가 2005~2011년에 운용한 선박은 벌크선 등 모두 19척이다. 이 가운데 17척을 각각의 페이퍼컴퍼니로 쪼개 운항·임대·매각을 해왔다. A사와 사주는 이 과정에서 번 소득 1,582억원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에 숨겼다. 이런 수법으로 국내 법인은 매출을 축소 신고했다. A사는 수십년간 국내에서 해운업을 해온 중견업체로 알려졌다. 사주는 국세청의 추징통보에 납부계획서를 제출했다.

관세청은 사주의 재산 국외도피 여부를 추가로 조사하고 A사와 사주의 외국환관리법 위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손성수 관세청 외환조사과장은 "이번 사례는 관세청의 불법외환거래 적발이 국세청의 내국세 추징으로 연결된 모범적인 공조 사례"이라며 "앞으로도 재산 국외도피와 역외 탈세를 막기 위한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관세청은 한편 3월27일 지하경제 양성화와 조세정의 확립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단'을 발족하고 탈세행위와 불법외환거래ㆍ밀수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섰다. 관세청은 최근에도 동대문시장에서 의류를 밀수출하고 수출대금 1조4,000억원을 환치기한 조직과 미신고 해외 소득 50억원을 컨테이너로 밀반입한 일당 등을 적발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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