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경제와 `11+1` 생활방식

중국 정부는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장기 휴가를 줘 이 기간 동안 국민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는 방법이지요. 이 방법은 `휴일경제`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평소 자린고비 같은 생활을 하는 중국인들의 주머니를 확실히 풀어 헤치는 결과는 낳고 있습니다. 휴일경제의 효과와 이로 인한 새로운 생활방식에 대해 알아봅니다. 내수 진작은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도구로 전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자국 제품의 소비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연관산업의 발전과 국가경제발전을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같은 내수 진작의 수단이 중국에서는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춘절(음력 1월 1일), 노동절(5월 1일), 국경절(10월 1일) 등 명절이나 각종 기념일에 각각 1주일 정도의 연휴를 줘 이 기간동안 여행을 다니고 쇼핑을 즐기게 해 국민들이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그 것이지요. 중국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조금의 수입만 생겨도 은행을 찾는 습성이 있는 중국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해 섭니다. 지난 99년 국경절을 계기로 인위적으로 만든 이 제도는 최근 `휴일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용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완전히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3대연휴 기간동안 중국의 관광수입만으로 중국 경제 총생산액을 1%정도 끌어 올릴 정도가 됐고, 이 기간동안 내수판매도 매년 꾸준히 늘어 내수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끝난 춘절 연휴기간동안 이뤄진 중국인들의 소비행태를 보면 이 휴일경제가 중국 경제성장에 얼마만큼 기여하는 지를 잘 보여 줍니다. 이 기간동안 전국의 명승고적과 관광명소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도시의 백화점과 쇼핑센터에도 인파가 넘쳐 났습니다. 평소 구두쇠 같은 생활행태를 보여주던 중국인의 소비열기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며 휴일소비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지요. 일부 백화점들은 이 기간동안 매출이 평소의 3~4배에 달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하기까지 합니다. 이는 휴일경제가 중국 경제활성화의 주요한 도구로 완전히 정착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지요. 휴일경제로 인한 소비욕구 증가는 다양한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몇 년 동안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시키며 전자산업의 발전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휴일경제의 정착은 국민들의 생활방식도 크게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돋보이는 것은 `11+1`생활방식. 이 방식은 `1`의 개념만 알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1`은 춘절, 노동절, 국경절 등의 휴무기간을 합치면 한 달에 가깝기 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연휴가 이렇게 많다 보니 중∙상류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여가문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11개월은 한 도시에서 일하고 1개월은 다른 도시를 찾아 휴식을 취하거나 여행을 하는 것이 그 것입니다. 이 같은 생활이 서서히 정착되다 보니 소비재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이동통신, 건설 등 다른 산업의 발전도 급속히 촉진시키고 있습니다. 장기휴가를 보내기 위해 자동차와 휴대폰을 구입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집 이외에 다른 지역에 제2의 주택(별장이나 콘도)을 마련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최근 들어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제2주택 구입 붐이 일어 중국 건설경기 호전에 불씨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하이난따오(海南島) 등 주요 휴양지의 별장은 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2의 주택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제3의 주택 구입도 쉽게 합니다. 제2주택은 1개월 동안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사고, 주말 휴가를 위해 자신이 거주하는 곳 인근에 제3의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평상시 `5+2(5일 근무, 주말 2일 휴식)`생활을 위해 교외에 주택을 마련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중국의 긴 연휴는 중국인들의 소비행태 및 여가문화를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연휴기간을 이용, 여행을 즐기고 집중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 놓은 것이지요. 이 같은 새로운 소비행태는 `거대한 황금시장`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들이 주의 깊게 살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고진갑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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