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경제 효과는

무한경쟁 돌입…시장 의한 구조조정 촉진
제조업 향후 5∼7년간 생산액 4∼5% 증가 전망
단기로 대미수출 54억弗·무역흑자 42억弗 늘듯
체결에 안주 말고 제도개선 통해 효과 극대화해야


장장 14개월간 계속됐던 드라마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빅뱅이 시작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일 극적으로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지난 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가장 큰 개방이다. 협상 타결은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도 맞물린다. 세계 제1의 경제 강국과의 개방은 외환위기 이후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한국 경제가 다시 한 번 자극을 받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구조개혁과 제도 선진화의 실패, 업종별ㆍ계층별 양극화의 가속화, 미국 경제와의 동조성 확대 등의 부작용만 나타날 경우 한국 경제는 미국에 종속된 채 회복불능의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때문에 경제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시장의 힘에 의한 구조조정 촉발 계기 마련=한국의 13배나 되는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미국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넓어졌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성 증대효과까지 감안하면 5∼7년에 걸쳐 생산액은 4∼5%, 고용은 30만∼40만명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FTA 체결 이후 단기적으로 우리의 대미 수출이 54억달러(12.1%) 늘어나고 무역수지 흑자 폭도 42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과의 개방을 통해 우리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단기에 29억달러(0.42%), 중장기적으로 135억달러(1.99%) 증가하고 생산과 후생 수준, 고용 모두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도 예측되고 있다. 동시에 시장이 넓어졌다는 것은 무한경쟁의 장이 연출된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보호에 안주했던 저생산성ㆍ비효율적 분야는 국내로 유입되는 미국의 최고급 상품들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시장에 의해 구조조정이 촉진되는 현실 자체가 개방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수확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개방을 통한 수입증가는 한국 산업의 인적ㆍ물적 자원을 경쟁력 있는 분야로 재배치하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분명히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가 한국 경제주체들을 자극, 각 분야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수입품은 미국의 연구개발(R&D) 기술과 함께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산업의 기술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농수산물과 공산품을 구입할 수 있어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분류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시장이 개방되면 낮은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의 지출은 줄어드는 대신에 저축은 늘어나기 때문에 생산적인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경제에 활력이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서비스 분야 개방 좌절 등은 아쉬움 남아=당초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고급 서비스산업을 육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기대했던 의료ㆍ교육ㆍ법률ㆍ컨설팅ㆍ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서비스교역 장벽을 20% 감축하면 서비스 분야의 생산액은 7.1%(34조원) 늘어나고 고용은 3.9%(44만명)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통신ㆍ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 분야에 대한 개방 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이런 경제적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성장동력 확충 차원에서는 서비스시장이 제대로 개방돼야 하는데 이번에 논의되지 않아 아쉽다”면서 “그러나 다른 분야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미국의 지나친 비관세장벽 제거 등도 한국 측에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농업 분야의 개방 폭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국 한미 FTA에서의 아쉬움은 내부 변화를 통해 충당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FTA 체결만으로 발전했다는 나라의 사례도 없을 뿐더러 멕시코처럼 낮은 특혜관세에 안주하면서 제도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이홍식 KIEP FTA팀장은 “이번 협정의 총칙과 각 부문에는 투명성 확보, 제도 선진화 등을 강조하는 내용들이 많다”면서 “우리가 이런 정신을 살려 노력하지 않으면 개방의 효과를 제대로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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