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숨은 진주 책' 베스트12] 19세기 유럽 완벽 재현… 식물학자의 로맨스 대장정

■ 모든 것의 이름으로1,2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민음사 펴냄



특유의 시각으로 한 인물을 통해 담아낸 19세기 과학, 철학,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역사적 풍경을 재현해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처럼 이국적인 모습을 확인하는 것은 덤. (교보문고 이수현 브랜드관리팀장)

전 세계적으로 1,00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 에세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19세기를 무대로 쓴 장편소설이다. 작가의 신작을 가벼운 여성 취향의 소설 정도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작가 인생 20년 만에 기나긴 준비 기간을 거쳐 발표한 대작 소설인 만큼 공들이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그 결과 책은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유럽과 폴리네시아 지역의 분위기는 물론 자연과학·철학·복식·경제·사회 등을 거의 완벽히 재현해낸다. 당시의 역사적 상황도 철저히 연구해 치밀하게 조합한 결과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던 여성 과학자의 삶과 사랑이 탄탄하게 그려졌다.

주인공 앨마 휘태커는 약용식물 거래로 막대한 부를 거머쥔 영국인 아버지와 유서 깊은 식물원을 운영하는 가문의 네덜란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헨리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자리를 잡고 화려한 저택과 그리스식 정원, 거대한 도서관을 꾸며 놓는다. 그곳에서 앨마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교류하며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고, 숲을 누비면서는 식물의 아름다움을 넘어 그들의 완벽한 질서에 매혹돼 여성 식물학자로 성장한다.

앨마는 완벽주의 성향과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누구와도 사랑해보지 못한 채 지내는데 실은 못생긴 외모 탓도 없지 않다. 그런 앨마 앞에 자유로운 식물화가 앰브로즈가 나타난다. 어느 날 밤 둘이 나눈 마법 같은 교감 후 앨마의 삶은 흔들린다. 그간 그녀를 지배해온 이성의 장막이 걷힌 것. 앨마는 '모든 것에 깃든 이름을 찾아', 그리고 생애 유일한 사랑인 앰브로즈가 남긴 흔적을 찾아 타히티 섬과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어머니의 고향인 암스테르담으로 로맨스의 대장정을 떠난다. 1·2권 각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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