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설악산

불현듯 설악산의 풍치를 즐기던 20년전쯤 가을무렵 마등령에서 만났던 어느 노부부간의 대화가 생각난다. 당시 『설악산과 금강산 중 어느 산이 더 나은가』라는 노부(老夫)의 질문에 부인은 『금강산은 화려하고 설악산은 신비스러움이 있어 좋다』고 대답했다.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 설악산은 관광의 편의성을 위한 개발에만 치중해 주변경관이 파괴되고 그 모습이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특히 울산바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대궐같은 콘도는 그 웅장함만큼이나 설악의 주변경관을 해치고 있다. 불필요한 개발을 피해 자연환경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깨끗함과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금강산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국의 옐로스턴파크나 그랜드캐니언 같은 국립공원은 숙박시설이나 각종 편의시설이 공원지역 밖에 위치해 자연환경을 철저히 보존하고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경우 초기에는 관광수입을 위한 무분별한 개발로 자연환경이 파괴됐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의 요세미티」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80년 공원관리종합계획(GENERAL MANAGEMENT PLAN)을 수립,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공원내 모든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자연경관 보존과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의 저명한 환경철학자인 앨도 리오폴드는 일찍이 『환경은 시계와 같다』고 비유하면서 우리의 생태계도 파괴의 한계를 넘어서면 시계가 서버리는 것처럼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 번 파괴된 자연은 그 복구에 많은 세월과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교훈을 우리도 되새겨야 하겠다. 설악산은 북한의 백두산과 더불어 유네스코가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한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국립공원 지정의 의미는 관광유원지로 개발해 이용의 편의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해 자손만대에 물려주기 위함이다. 이제는 국립공원 개발을 억제하고 자연휴식년제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생태계를 보호하고 자연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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