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양측 통상장관간 5차례 회의와 2차례 비공식협의를 거치며 긴 터널을 뚫고 종착역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금지해 앞서 합의된 내용을 뒤집는 어려운 협상에서 우리측은 ‘협상중단 및 귀국’ 등 벼랑끝 전술과 막후에서 외교력을 총동원하며 미측 설득에 나섰다. 초반 협상은 순항하는 듯 했다. 우리측 대표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에 도착하자 마자 미 무역대표부(USTR)로 수전 슈워브 대표를 찾아가 1차회의를 가졌다. 김 본부장은 방미 직전 서울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협상 결과는 서울에서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현지 브리핑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런 탓인지 협상 진행상황이 좀처럼 언론에 알려지진 않았고 다음날인 14일 예정대로 2차회의가 열렸다. 김 본부장은 2차회의 이후에도 “15일 하루 쉬고 본국과 협의도 하고 다음날 만나기로 했다”고 만 전한 뒤 협상장을 떠났다. 평온했던 협상에 태풍이 몰아쳤다. 미측은 일요일인 15일 우리측에 전화를 걸어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통보했다. 민간자율규제에 미 정부의 보장을 요구한 우리에게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외교적으로 돌려 말한 것이다. 김종훈 본부장은 곧장 짐을 싸고 ‘귀국’의사를 미측에 전한 뒤 워싱턴에서 기차를 타고 뉴욕의 공항으로 향했다. 그는 공항에서 국내의 한 측근에 전화해 “미측이 양보 안하면 진짜 들어간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 측근은 “협상이 안되면 미 쇠고기 수출은 계속 막히니까 미 정부도 다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상대로 미측은 다급하게 김 본부장을 찾아 “협상을 더 하자”고 요청했다. 협상은 재개하기로 했지만 우여곡절과 진통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6일 오후 협상을 재개하자던 미측이 3차 회의를 17일로 미뤘다. 김 본부장의 고민이 깊어질 즈음 슈워브 대표가 전화를 했다. 비공식적으로 만나자는 얘기였다. 김 본부장의 초강수에 놀란 슈워브 대표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출하도록 협조하겠다’는 수정제시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17일 회의에서 미측은 민간 자율규제의 보장조치로 미측에 요구했던 수출증명(EV) 프로그램에는 난색을 표했다. 우리측은 완벽한 EV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보장 조치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 자율규제가 깨져 30개월 이상 쇠고기가 들어올 경우 우리측이 검역주권을 발동해 이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우리측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일정을 발표하며 미측을 압박, 타결 수순에 들어갔으나 미측은 예정된 18일 오전 4차회의를 돌연 연기했다. 미측은 대신 또 한번 비공식협의를 제의, USTR 건물이 아닌 워싱턴 시내 모처로 김 본부장을 불러내 3시간 가까이 깊숙한 얘기를 나눴다. 미측은 추가협상 결과 이익의 균형이 분명치 않다며 심통을 부렸지만 18일 오후 열린 회의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출에 대한 정부 보장조치를 약속했다. 양측은 19일 다시 만나 서로간에 약속한 사항들의 기술적 문제를 최종 점검하고, 문구들을 조율한 뒤 악수를 나눴다. “이젠 성난 촛불민심이 가라 앉을까요.” 양측 협상단 관계자들이 피말렸던 일주일을 회고하며 이구동성으로 나눈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