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치열한 감세논쟁 불똥이 내년 예산안 심사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법ㆍ부가가치세법ㆍ소득세법ㆍ법인세법 등 예산에 부수되는 세법들이 줄줄이 국회 상임위원회 통과에 진통을 겪으면서 내년 예산안의 세입 추계마저 쉽지 않다.
17일 여야와 국회 예산정책처, 예산결산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산 부수 세법들의 처리가 지연되면서 내년 예산안 처리 일정이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일부 위헌 결정을 받아 개정이 불가피한 종부세법의 경우 정부가 최근 다시 제출한 수정예산안에 개편 예상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상태다. 여야가 종부세의 과세기준과 세율,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여부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는 터라 세입 규모가 정확히 얼마나 줄어들지 추계하기 어렵다는 게 여야 예결위원들의 설명이다. 예산안의 세입 규모가 확정되지 않으면 적자국채 발행이나 세출을 얼마로 할지 정할 수 없어 예산안 확정이 어렵다.
그나마 종부세는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지만 세입 중 20%에 육박하는 부가가치세(지난해 40조9,420억원)나 소득세(〃 38조8,000억원) 감세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내년 살림을 추계조차 하기 어렵다.
정부는 소득세율을 오는 2010년까지 소득구간별로 2%포인트씩 인하(세율 8~35%→6~33%)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한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문위원은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소득세 인하 때 감세효과가 고소득층 위주로 집중돼 소득재분배에 역행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 여당이 정부안을 원안대로 처리하기가 한층 부담스럽게 됐다.
민주당은 10%인 부가가치세율을 내년에 7%로 한시적으로 낮춘 뒤 매년 1%포인트씩 올려 2012년 현행 세율로 환원하는 감세안을 추진 중이지만 한나라당이 반대하고 있어 처리가 불투명하다.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깎아주더라도 기업들이 제품 판매원가 인하분을 자신들의 마진으로 흡수, 소비자들에게 가격인하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분석 때문이다. 이 위원은 이날 관련 법 검토보고서에서 "세율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세율인상분을 초과해 (제품의 소매)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중점 예산 부수 세법들의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여야 예결위원들은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한 채 당 지도부의 결정만 바라고 있다. 예결위의 여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 측은 "아직 당 지도부에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아 예결위 내에서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한 관계자는 "근래의 예산안 처리시기를 보면 지난 2005년도 예산안은 전년도 12월31일, 2006년도 예산안은 전년도 12월30일에 통과되는 등 거의 새해를 목전에 두고서야 처리됐다"며 "올해에는 가뜩이나 부수 세법들이 많아 예산안을 조기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