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사설학원 뺨치는 지자체·대학 영어캠프

환불 거부하고 과도한 위약금 부과 등 불법이익 취해
공정위, 우석대 부설 영어마을 등 15곳 약관시정명령

이모씨는 지난해 한 달 일정으로 진행되는 여름방학 영어캠프를 신청하고 30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실제 수업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치자 캠프에서 중도에 퇴소하고 남은 기간에 대해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캠프 운영자 측은 환불 불가라고 적힌 약관을 내밀며 거절했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행태는 사설학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지방자치단체나 대학들도 아이들 영어교육 열풍에 편승해 불법이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약 해지 때 환불을 거부하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한 영어캠프 15곳을 적발해 약관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 조사 결과 이들 영어캠프는 교육 내용이 계약과 달라 중도 퇴소하고 환불을 요구해도 이를 거부했다. '이미 납부한 교육비는 반환하지 않는다'거나 '퇴소하더라도 민사상 책임을 묻지 않고 교육비는 반환하지 않는다'는 약관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들 약관은 캠프 시작 전에 계약을 해제하면 전액을, 캠프 시작 이후에는 남은 수업일수에 따라 환불해주도록 한 '평생교육법'을 위반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나 대학이 운영하는 영어캠프는 평생교육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번에 적발된 영어캠프 중에서는 한동대ㆍ순천향대ㆍ우석대 등 대학 부설 영어마을과 경기ㆍ성남ㆍ인천 영어마을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영어마을이 대거 포함됐다. 지자체와 대학이 법을 어겨가면서 불법이익을 취한 셈이다. 평생교육시설이 아닌 대구미문화원과 옥스포드교육의 약관도 소비자분쟁 해결 기준을 위반했다. 이 기준은 캠프 개시 10일 전이라면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하고 개시 1일 전까지 통보했다면 총비용의 20%를, 개시 당일 통보했다면 총 비용의 30%를 공제한 뒤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두 곳의 약관은 환불 불가라고 돼 있다.

공정위는 이번에 적발된 15곳의 영어캠프에 대해 캠프 시작 전 계약 해제는 전체 비용, 캠프 기간 2분의1 경과 전이라면 절반을 돌려주도록 하는 식으로 약관을 개정하도록 했다. 또 캠프 이용 기간에 발생한 사고나 물품 도난ㆍ분실에 대해 사업자 측의 과실이 있는 경우 사업자가 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약관을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유태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영어캠프를 이용할 때는 이용조건, 환급 규정, 손해배상조항 등의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