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바이러스성 폐질환 첫 사망자 나와

입원환자 7명 중 30대 임산부 10일 사망…태아는 강제출산
질병관리본부 바이러스 유전자 검사중

미확인 바이러스로 인한 폐렴 환자 중 첫 사망자가 나왔다. 10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서울 시내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7명의 환자 가운데 임산부 A(36)씨가 뇌출혈 증세로 이날 오전 사망했다. A씨는 지난달 8일 감기 증세로 병원을 찾았으나 결핵 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이 처방한 약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계속 악화된 A씨는 이후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지만 폐 섬유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뇌출혈 증세까지 보이다 입원 한 달 만에 숨을 거뒀다. 임신 9개월이던 A씨는 치료를 위해 태아를 강제 출산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에게서 채취한 검체를 통해 폐렴을 유발한 바이러스의 실체를 확인하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유전자 검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사망 환자의 병리조직 검사를 위해 유족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병원 내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환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센터장은 "바이러스 검사 결과는 오는 12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는 8주 정도가 걸리는 만큼 폐렴을 유발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동안 검체 검사를 통해 나온 바이러스는 감기 환자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것이었다"며 "폐 섬유화를 유발하는 문제의 바이러스가 과거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괴폐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7명 중 6명이 출산 전후의 여성인 점과 관련해서도 "외국 논문에 따르면 산모 1,000명당 폐렴환자가 1.51명 가량 발생하는데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30%에 이른다"며 "이번 일로 산모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사망한 1명을 제외한 6명 중 4명은 아직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2명은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겨 치료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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