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고구려를 세운 주몽이 10년 만에 부여로 돌아와 어린 시절 자주 올랐던 산을 보며 한 말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황량했던 산자락에 풀과 나무가 무성한 것을 보고 한 말로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너무도 많은 것이 변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한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전개과정을 보면 이 말을 그대로 실감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올해로 꼭 10년을 맞았다. 한·칠레 FTA는 당시 사회 각계의 우려 속에 발효됐지만 지금은 교역량 증대와 중남미 거점시장 확보라는 목적을 달성한 성공적인 FTA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한·칠레 교역량은 71억달러로 지난 2003년 15억8,000만달러 대비 4.5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우리의 전 세계 교역량은 2.9배 늘었다. 특히 대표 수출품목인 자동차는 칠레 시장 점유율이 31%에서 52%로 늘어나 일본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칠레와의 FTA를 시작으로 한국은 10년 만에 47개국과 FTA를 맺고 있는 통상대국으로 변모했다. FTA가 확대되면서 우리의 FTA 교역 비중은 35.3%까지 높아졌다. 우리와 FTA를 맺고 있는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 GDP의 56%에 달한다. FTA 확대는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FTA를 활용한 기업의 80% 이상이 수출 확대와 비용 절감 등으로 기업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FTA 발효 10년을 맞아 우리의 전략을 다시 점검해볼 때가 됐다. 양적 확대와 함께 질적 성장에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경제 영토가 커진 만큼 수출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여 FTA 효과가 우리 산업 전반으로 퍼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수출 대기업의 FTA 활용률은 81%에 달한다. 반면 수출 중소기업의 활용률은 59%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 대비 관련 정보나 인력 확보, 원산지 관리 능력 등이 부족한 탓이다.
한국을 둘러싼 FTA 확산 움직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가별 FTA 체결에서 다자간·지역통합형 FTA가 추진되고 있다. 한중일 FTA가 논의되고 있고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아세안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 등 FTA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가 됐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준비할 때다.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10년이 아닌 10개월 만에도 빠르게 변한다. 중소기업들은 FTA를 활용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수출을 이끌고 한국을 글로벌 무역대국으로 이끄는 뿌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중소기업의 FTA 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