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재조정설이 불거지는 그리스가 내년에 채권시장을 통해 정상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리스 정부가 간접적으로 2차 구제금융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사진) 그리스 총리는 현지언론인 에스노스와의 22일자 인터뷰에서 “지금으로선 그리스가 내년에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돈을 빌릴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5월 총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을 때 2012년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270억 유로를 차입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리스 국채시장은 최근 채무재조정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사실상 마비상태다. 그리스 국채 10년 물 수익률은 지난 20일 피치의 국가 신용등급 3단계 강등 등의 여파로 사상 최대인 16.57%까지 솟구쳤다. 이는 독일 국채 10년 물의 수익률보다 13%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AP통신은 “파판드레우 총리의 발언은 그리스가 당초 내년에 조달키로 할 270억 유로를 웃도는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또한 “구제금융의 5차 인도분이 예정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처음으로 디폴트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총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에서 5차 인도분은 120억 유로로 EU와 IMF는 오는 6월 그리스의 재정적자 감축 및 경제개혁 상황에 대한 실사를 마친 뒤 이를 전달할 계획이다. 올해 만기 도래 그리스 채권은 5월 11억 유로를 비롯해 총 350억 유로로 이중 7월과 8월에 각각 70억 유로와 110억 유로가 집중 된다. 이에 대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장 클로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각각 22일자와 23일자 독일언론 회견에서 만기 연장 등 그리스의 채무재조정 방안의 필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채무재조정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