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입금 등 확대로 영업규모 크게 늘듯할부금융 업계의 채무부담한도(영업한도)가 완전 폐지된다.
재정경제원은 20일 할부금융 업무운용 준칙 12조를 삭제, 자기자본의 10배로 제한돼 있는 할부금융사의 채무부담한도를 이날자로 폐지한다고 밝혔다.
할부금융 업계의 채무부담한도가 폐지되기는 지난해 1월 재경원으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은후 만 1년7개월만이다. 이번 한도 폐지에 따라 할부금융 업계는 앞으로 차입금 등을 무한정 늘릴 수 있게 돼 영업규모가 급속도도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번 한도폐지는 국내 31개 할부금융사 대부분의 채무부담한도가 꽉 차면서 부대업무인 팩토링 부문을 줄이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경원 관계자는 『할부금융 설립 당시 업계의 과당 경쟁과 이로 인한 건전성 악화 우려때문에 채무부담 한도를 묶어 놓았지만, 할부금융업이 이제 어느정도 정착됐다고 판단해 한도를 폐지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할부금융업계의 채무부담한도가 폐지됨에 따라 현재 차입배수가 25배로 돼 있는 리스업계 및 20배로 돼 있는 카드업계 등과의 형평성 문제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김영기 기자>◎해설/기아돕기일환 재경원 입장번복/“중기자금줄 끊긴다” 우려도 한몫
재정경제원이 예상을 뒤엎고 20일 할부금융사의 채무부담한도를 전격 풀어준 것은 「기아돕기」의 일환에 다름아니다. 재경원은 기아사태가 터지기 이전까지만해도 할부금융사의 외형경쟁만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한도폐지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여기에 내년부터 「대출백화점」으로 불리는 여신전문기관(여전)이 출범할 경우 차입한도가 자연 폐지돼, 구태여 서둘러서 업계의 입장을 받아줄 필요가 없다는 자세였다.
기아사태는 그러나 재경원의 이같은 입장을 단숨에 번복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기아사태후 기아자동차가 30% 할인판매에 들어갔지만, 이를 받쳐주어야할 기아포드할부금융은 영업한도가 꽉 들어차 할인판매를 전혀 뒷받침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따라 LG와 산업할부금융 등이 기아포드를 대신해 할부판매를 실시하겠다고 나섰지만, 영업한도가 차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특히 LG할부금융은 지난달말 현재 차입한도가 98%에 달해, 증자를 하지 않을 경우 정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재경원은 결국 당장 앞에 놓여있는 불길을 끄기위해 어쩔수 없이 업계에 「당근」을 준 셈이다. 한도폐지의 최대 수혜자가 LG할부금융이라는 주장은 이런 면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물론 업계 전체로서도 차입한도 폐지는 절실했다. 할부금융 업계에서는 국내 31개 할부금융사중 연말까지 최소 15개사 이상이 한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 산하 금융기관들은 5월 이후 2백억-2백50억원의 대규모 증자를 단행해 한도를 늘렸지만, 자본력이 취약한 여타업체들은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러자 할부금융 업계에서는 그간 부대업무로 재미를 보았던 어음할인 업무를 중단하고, 본업인 할부금융 쪽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결국 신용이 취약해 은행권에서 대출을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마지막 돈줄마저 끊기게 됐다. 업계는 바로 이점을 재경원측에 집중 설득, 한도 폐지에 성공한 셈이다.<김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