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합병은 기정사실?… 반대칸 없는 크림 주민투표

결과 상관없이 편입준비 박차… 러 무장세력 우크라 부대 점거
美는 흑해서 대규모 군사훈련… 서방-러 强대强 대치 지속

1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주민투표에 앞서 크림자치공화국이 공개한 투표용지. 두개의 질문이 러시아어, 타타르어, 우크라이나어 등 총 3가지 언어로 쓰여 있으며 그 옆에는 각각 하나의 빈칸만 있다. /자료=크림자치공화국 홈페이지

우크라이나 내 크림자치공화국이 오는 1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편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아예 의사표시를 할 수 없도록 한 투표용지를 사용하기로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크림자치공화국이 공개한 투표용지를 보면 '러시아와의 즉시합병을 지지하나'와 '1992년 헌법(우크라이나로부터의 독립) 회복을 지지하나' 등 2개의 질문이 있고 그 옆에는 빈칸이 하나 있다. 투표자들은 질문에 동의할 경우 빈칸에 도장을 찍을 수 있지만 이에 반대한다면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다. 빈칸에 도장을 찍지 않고 투표할 경우 무효표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키예프포스트 등 외신은 "이번 주민투표가 러시아로의 즉시편입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일단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한 후 러시아로 편입할 것인지에 동의하는지만 묻고 있다"며 "예스(yes)만 가능한 투표"라고 평가했다.

크림자치공화국은 주민투표가 실시되기 전임에도 이미 러시아 편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관련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자치공화국 총리는 10일 리아노보스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주민투표를 치른 후 수개월 내 크림법을 러시아법과 통합할 계획이며 화폐단위를 기존 우크라이나 화폐인 흐리브냐에서 러시아 루블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또 "언어도 우크라이나어 대신 러시아어와 타타르어 공용정책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미국 등 서방은 무력시위를 벌이며 서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10일 로이터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오후2시께 크림반도 남부 바흐치사라이에 있는 우크라이나 해군기지에 러시아 군인이 주도하는 무장세력 약 12명이 허공에 총을 쏘며 난입, 부대를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 부대의 우크라이나인 지휘관이 무장세력을 지휘했으며 부대원들에게 러시아군에 편입하든지 부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는 없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군 혹은 러시아 추종세력이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시설을 잇따라 점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10일 새벽1시30분께 총 200명의 러시아 군인이 러시아 해군 주둔지인 남부 세바스토폴 내 우크라이나 미사일 기지에 난입해 우크라이나군을 무장 해제시켰으며 크림공화국 수도인 심페로폴의 군용병원, 노보페도리브카 공군기지 등에 난입했다.

이에 미국은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11일 미 해군 구축함은 크림반도와 맞닿은 흑해에서 루마니아·불가리아 전투함과 합동훈련을 벌였으며 공군 전투기 역시 폴란드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했다. 로이터는 이번 훈련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미군이 인근 지역에서 훈련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11일 과거 소련 핵미사일 발사를 감시하기 위해 도입된 조기경보기 AWACS 다수를 독일과 영국 기지에서 폴란드와 루마니아 일대로 출격시켰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대도 대규모 훈련에 돌입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