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안동 사대부인 김유가 한문으로 쓴 요리책 '수운잡방'과 17세기 말 안동 사대부가 부인 장계향이 쓴 한글조리서 '음식디미방'은 조선 중기 경북 지역 사대부가의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조리서다.
식품학자ㆍ한의학자ㆍ민속학자ㆍ한국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가 한 데 모여 조상이 남긴 조리서를 통해 조선의 음식 조리법의 구체적인 실상과 식재료 구하는 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문화인류학, 음식을 통한 문화 교류의 풍속사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들여다봤다.
'음식디미방'에 기록된 음식 조리법은 무려 146개에 이르며 식재료도 참새, 곰발바닥, 이리(수컷 정액 덩어리) 등 다채로웠다. 꿩고기 다음으로 '음식디미방'에 많이 등장하는 육류는 개고기다. 개고기로 개순대, 개장찜, 개장국느르미 등을 만들어 먹었으며 개누렁이 삶는 법, 개고기 삶는 법이 별도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개고기는 인기 메뉴였다. 양반가에서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먹거리를 사용했다. 새우젓이나 후추 등 몇몇 음식재료를 제외하고는 자급자족하거나 대부분 근거리 지역에서 음식재료를 구했다. '수운잡방'에 실린 약주의 실제 효능을 분석한 한의원 원장 김종덕 국역위원의 글 '잣과 호도, 쑥과 솔잎은 어떻게 약주가 되었나'와 '음식디미방'에 소개된 '맛질방문'의 실체를 조명한 김미영 책임연구원의 '한 조리법을 둘러싼 해석의 모험'도 흥미롭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시대 음식은 비록 외부에서 유입된 품종이 다수 있지만 그것이 한반도에서 생산돼 식재료로 활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혜경 호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조선 중기에도 음식을 통한 미각 추구가 중요했고 많은 식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이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