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안 봇물속 정부의지 지속될까 업계 불안/규제혁파·공신력있는 기술평가기관 설립 시급최근 경제난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틈새시장 공략에 발빠르게 뛰어들 수 있는 유망 중소기업들의 역할이 커야 한다. 벤처기업 육성은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조류로 부상했다.
선진국의 경우 벤처기업이 산업공동화에 따른 고용문제 해소를 위한 탈출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88년부터 92년까지 미국 대기업 5백개사의 고용증가율은 △0.8%로 오히려 감소했으나, 벤처기업은 연평균 19%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실업병에 시달리던 미국을 치료한 주체는 벤처 중소기업군단이었던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지난 94년 대기업 2백25개사의 고용증가율은 전년대비 3.5% 감소로 나타났으나 주요 벤처기업 1백33개사는 2.2%가 증가했다.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지난달 31일 김영삼 대통령 주재로 과천 정부 제2청사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자료에서 잘 나타나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창업투자회사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허용키로 했으며, 신기술금융회사 운용자금의 일정률 이상을 반드시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또 벤처기업들의 직접 금융조달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식 3부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대기업의 벤처기업에 대한 출자를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의 예외로 인정, 벤처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30%미만 범위내에서는 마음대로 대기업의 출자를 허용할 계획이다. 창업투자조합에 출자하는 자금에 대해서는 소득공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대학, 연구소 등지에서 개발된 기술을 창업 중소기업에 이전해 주는 제도인 「기술복덕방」이 개설되며, 인력, 기술, 자금, 입지, 판로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민원처리를 해주는 네트워크인 「이노넷(Inno Net)」이 내달 구축된다. 이와함께 대학생들의 창업의욕을 높이기 위한 「벤처 로드쇼」가 잇따라 열리고 「에인절 캐피털」도 속속 등장한다.
대학및 대학원생들의 창업열기를 북돋아 주기위해 「대학생 창업계획 경연대회」도 개최되며, 창업강좌를 개설하는 대학 및 기관에 대해서는 1개 강좌당 1천5백만원이내의 자금이 지원된다.
대전과학산업단지내에는 총 10만평규모의 「창업단지」가 조성된다. 구로공단, 성남공단 등 기존 노후공단은 첨단산업기지로 전환되며, 파주, 창원, 광주 등 기존 산업단지내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벤처기업전용공단」을 조성하는 사업이 올 상반기내로 착수될 계획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조치법(가칭)」도 조만간 제정될 예정이다.
봇물을 이루고 있는 정부의 각종 벤처기업 육성책을 바라보는 관련업계관계자의 시각은 그러나 다소 회의적이다. 정부의 의지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불안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결정된 정책이 많은데다 권력누수현상이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벤처기업육성은 창업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보완책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벤처기업 육성책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창업활성화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지원대상기업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중소 벤처기업들의 창업활성화는 기업활동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혁파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와함께 기술을 담보로한 자금지원이 적극 유도되고 있지만 벤처기업들의 기술력을 제대로 평가할만한 기관이나 연구소가 전무한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벤처기업으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S사장은 얼마전 제의도 안했는데 K기술금융회사로부터 회사가 1억원의 자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기술담보회사로 선정됐다며 자금을 가져다 쓰라는 전화를 받았다.
관련업계로부터 기업가치가 1백억원은 넘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오던 S사장은 어이가 없어 K사에 어떤 기준으로 기술담보수준을 결정했느냐고 물었으나 대답은 뻔했다. 자체 판단이라는 것이었다.
S사장은 우선 각 분야별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기술평가위원회(가칭)을 만들어 벤처기업의 기술력을 종합판단하게 하고 점진적으로 기술평가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박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