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포트] '제조업 기반' 농민공 갈수록 감소… 중국 성장구조 변화 오나

노령화로 젊은층 줄고 농업정책 성공하자 귀농 늘어
동남연해지역 등 일손 모자라 中企 공장가동 축소도
노동집약 가공무역 퇴조·생산자동화 빨라질 듯
中정부, 호적제 개혁·생산기지 이전 등 대책 서둘러


중국 노동시장에 구인난과 구직난이 겹쳐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전년보다 28만 명이 늘어난 727만 명의 대졸 취업 준비생들이 노동시장에 쏟아지며 사상최악의 취업난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광둥성, 쑤저우 등 주요 공업지대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공장 가동을 축소해야 하는 구인난을 겪었다. 중국의 대졸 취업난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중국만의 일도 아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교육열 확대에 대졸자가 급증하는 반면 선호하는 사무직은 한계가 있는데다 중국의 대학교육 수준이 기업체가 원하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국 제조업의 기반이 됐던 농민공의 부족현상이다. 노령화 등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다 주요 농민공의 공급처였던 중서부지역의 개발로 자체 수요가 늘어나며 기존 공업지대에 농민공의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다 후진타오, 시진핑 정부로 이어진 농촌지역 소득확대 정책과 취업기회 창출은 더 이상 농민이 도시로 나갈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농민공 부족현상은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은 물론 중국 내 성장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저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집약적 수출산업과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는 건설 등에 의존하는 성장방식에서 산업구조개혁과 기업의 생산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북경사무소장은 "중국 진출 우리 기업은 인력부족 문제와 함께 인건비 등 비용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공장입지 선정 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손 부족한 제조업체=중국 내에서 농민공 인력 부족현상이 가장 심한 곳은 가공무역 제조업체가 밀집한 동남연해지역과 주장삼각주 등의 지역이다. 이들 지역은 그 동안 해외의 기술과 자본에다 값싼 농민공 인력을 기반으로 대량의 제품을 생산·수출해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광둥성 인력자원사회보장청에 광둥성의 광저우, 선전, 둥관, 포산 등에서 의류·방직·요식업·도소매 업종등에서 약 80만명의 인력부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명절인 춘제에 고향으로 돌아간 근로자들이 고향 인근 기업에 이직하며 미귀향한 근로자들이 56여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공의 부족은 우선 인구구조가 변화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산업지대의 농민공의 주 연령대인 20~39세 인구는 2000년 2억7,000만 명에서 2012년 1억8,000만 명으로 줄었다. 또 외지로 나가는 농민공도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주요 농민공 공급처인 중서부지역의 발전으로 취업기회가 확대된 점도 농민공 공급 감소의 원인이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에 따르면 중서부지역의 평균임금도 2008년 동부연안대비 94% 수준에서 지난해에는 98~99%까지 올랐다.

◇농촌으로 돌아오는 농민공=중국의 중서부지역 개발은 동부연안 산업지대로 나갔던 농민공들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의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부지역 외지출신 농민공이 사상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안후이성, 허난성의 경우는 성내 취업인력이 성 밖으로 나가는 취업인력을 넘어섰다. 통계수치로도 서부지역은 2008년 성내 취업 비중이 37%에서 지난해 45.9%를 넘어섰다.

중국의 농촌 정책 성과도 농민공들의 유출을 줄이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의 분석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출생한 신세대 농민공이 늘어난 점도 농민공 인력부족 현상의 요인이다. 교육수준이 높아 근무환경을 중시하는 신세대 농민공은 1억 2,5000만 명으로 전체 농민공의 46.6%를 차지한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농촌 주거 환경 개선과 진흥책에 힘입어 외지보다는 농촌을 선택한다. 중국 정부는 2006년 농업세를 폐지한데 이어 2008년 토지제도 개혁으로 토지사용권 유통과 대규모 영농이 가능해졌다.

◇농민공 지위 향상 나서는 정부= 중국 정부는 농민공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까지 약 1억면의 농민 후커우(호적)를 도시 후커우로 바꾸는 후커우 제도 개혁을 발표했다. 후커우 제도 개혁은 농민공이 도시로 이주해 제한을 받고 있는 주택·의료·교육 등의 제한을 푸는데 가장 큰 목적을 가진다. 이미 중국 정부는 중소도시 후커우 취득 요건을 완화해 일정 기간 합법적 취업과 사회보험료를 납부했을 경우 후커우 취득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영주권과 비슷한 개념인 거주증 관리제도를 확대해 농민공이 도시에서 기초교육과 의료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중국정부는 기업들에게도 임금인상 외에 복리후생을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숙사 신축, 편의시설 개선과 오락시설 완비 등에서부터 시간외 노동 축소, 보험가입지원 등의 근로조건 개선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또 동남연해에 있는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중서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2007년 중서부 내륙지역에 가공무역업이전 수용중점지역을 정하고 대출과 기술지원 등 우대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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