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0시40분께 대검에 전격 출석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는 쇄도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다음에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짧게 답변한 뒤 대검 7층 안대희 중수부장실로 향했다. 이 전 후보는 안 검사장과 5분간 독대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 관련자들에 대해 선처를 바란다”고 요청했고, 안 부장은 “총재도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후보는 이어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 등의 안내를 받아 일명VIP룸으로 불리는 1113호 특별조사실로 향했다. 이 방은 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될 당시 조사를 받았던 곳. 이 전 후보에 대한 조사는 유재만 중수2과장이 했으며, 조사방식이나 예우는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전례에 맞췄다. 하지만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후보가 그리 의미 있는 법적 진술은 털어놓지 않았으며, 전모에 대한 진상을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해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날 이 전 후보는 1시부터 30분간 이상형ㆍ정인봉 변호사, 심규철ㆍ김무성ㆍ신경식 의원 등을 접견한 뒤 유 부장검사와 함께 미역국을 먹었으며, 오후에 다시 변호인 접견을 하고 홀로 참고인 진술조서를 살핀 뒤 8시간의 조사를 끝으로 오후 7시15분께 서울 옥인동 자택으로 출발했다. 피곤한 모습의 이 전 후보는 지지자와 당직자 40~50명이 `이회창`을 연호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검찰수사를 주장하는 가운데, 기자들에게 “할 말 없습니다.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겠죠”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그는 또 “검찰이 부르면 다시 나오겠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심규철 법률지원단장은 이 전 후보의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 기자실에 와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이지 법적인 책임까지 지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이 전 후보의 출석에 앞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차떼기 100억원 이회창 전달식`라는 문구를 써붙인 1톤 탑차를 대검 정문 앞에 세우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에쿠스 승용차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본 이 전 후보는 착잡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뒤 대검 청사로 들어갔으며, 이날 청사에는 오세훈씨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명과 개인후원회인 부국팀 전 회장 이정락 변호사, 이흥주 전 특보, 당직자들이 대거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날 네티즌 사이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는데, 창사랑 회원은 “대통령측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노사모 회원은 “기자회견에서 법적책임을 지겠다고 했으면 검찰에서도 제대로 진술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