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작은 파이만 갖고는 큰 비전을 세울 수 없습니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이 사내에서 항상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다. 현대ㆍ기아의 자동차를 각국으로 나르는 데서 시작된 기업이지만 안주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현대글로비스는 22일 김 사장의 여망이 담긴 ‘2020년 해운매출 8조원’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김진옥 현대글로비스 해운사업실 전무는 여수 엠블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화주(貨主)를 다변화하고 벌크선ㆍ탱커선 사업을 확대해 현재 2조원 규모인 해운 사업 매출을 8조2,000억원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현대글로비스는 ‘글로벌 시핑 컴퍼니’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 전무는 강조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75척 규모인 선박을 2020년까지 500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 중 자동차 운반용 선박은 100대, 벌크 화물선은 400대 정도가 될 예정이다. 이는 매출 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는 뜻이다. 현재 현대글로비스가 운영하는 선박은 자동차 운반선이 50대, 벌크화물선이 20대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위해 현재 5곳인 해외 거점을 2020년 20곳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형선의 경우 중국ㆍ남미ㆍ유럽 등의 발레ㆍFMGㆍ앵글로 등 거대 글로벌 기업과 철광석ㆍ석탄 운송 장기 계약을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중소형선은 동남아시아의 석탄, 호주의 원목ㆍ비료 등 운송계약에 주로 활용된다. 또 LNG선과 원유를 나르는 탱커선 사업을 통해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김 전무는 “현대차는 글로비스의 고객사 중 하나로 우리가 계약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고객사에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사가 선택하도록 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