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경제 정말로 멀쩡한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주 말 참여정치평가포럼 특강에서 “7% 경제성장률 외치는 사람들이 참여정부 경제를 파탄이라며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데 무리한 부양책이라도 써서 경제위기라도 초래하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 감시하자고 했다. 대운하에 대해서는 “민자로 한다는데 제정신 가진 사람이 투자하겠느냐”고도 했다. 우리 경제와 경제정책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야당 대선후보들이 현실을 호도하고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경제를 망치려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실망스럽고 걱정이다. 참평포럼은 이 정부의 전직 각료와 대통령 참모 및 측근들이 참여정부의 공적을 제대로 평가하겠다며 만든 모임이다. 자기 얼굴에 침 뱉을 사람은 없을 테니 이들이 참여정부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란 애당초 그른 일이다. 대통령이 그런 모임에 참석해서 업적을 강조하고 야당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초록동색’의 모습으로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중립 시비를 부를 수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이런 문제들은 그럴 수 있다 치자. 정말 걱정은 대통령의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이다. 경제가 멀쩡하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가. 성장률은 몇 년째 아시아에서 꼴찌 수준이다. 고용사정은 악화일로다.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청년실업자가 넘쳐난다. 외환위기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통령은 정책성과가 성장률로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오히려 주가를 보는 게 정확하다며 주가상승을 경제정책의 성공 근거로 꼽았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투자부진으로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경제 최일선에서 뛰는 기업인들은 지금 우리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로 몇 년 안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증시호조도 우리 경제 실적이 한 요인이지만 각국 주가의 연일 사상최고치 기록에서 보듯 세계증시의 랠리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끼리끼리 모여서 자화자찬하기보다는 기업의 투자를 촉진해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게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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