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잦은 세무조사에 신음하는 중기

"요즘 뉴스에서 세수 부족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지지난해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고 혐의가 없는데도 최근에 또 조사를 나와 4개월째 '이 서류 내놓아라 저 자료 내놓아라' 하는데 100명도 안되는 인력으로 버티는 중소기업이 사업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정부가 입으로는 '중소기업 강국'을 이야기하면서 손으로는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올 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5년간 약 30조원의 세수를 추가 발굴하겠다던 국세청의 '섬뜩한' 계획이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연초 김덕중 국세청장은 "중소기업과 지방기업에 대해서는 조사비율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낙연 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소기업(매출액 500억원 미만)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액은 전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부과액이 2%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납세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규모를 막론하고 피해갈 수 없는 의무다. 탈루 혐의가 있다면 언제든 조사에 착수해 의무 이행 여부를 따지고 세금을 환수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은 새 정부 들어 세무 당국이 물증도 없는 과도한 세무조사로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3~4개월간 매출 5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들쑤시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기 일쑤라는 얘기다. 경기침체로 골머리가 썩는 기업인들로서는 현 정부가 주창하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의지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세계 각국이 재정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당장 복지재원이 부족한 현 정부 역시 세수 확대를 통한 재원마련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하지만 무리한 세무조사로 중소기업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사업에 차질마저 빚는다면 역효과는 더 크다. 무리한 세무조사를 납세의무 성실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대체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독려한다면 늘어난 기업의 이익으로 세수를 늘리는 효과는 더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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