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치과의 모녀 살인사건' 한.유럽법의학자 이견

고려대 황적준(黃迪駿)법의학교수는 피해자 사망시각을 오전7시 이전으로 추정한 반면 스위스 로잔대의 세계적 법의학자 토머스 크롬페처 교수는 최근 열린 공판에서 피의자측 증인으로 나서 오전7시 이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사망시각을 오전7시전으로 볼 경우 피의자는 유죄, 오전7시 후라면 무죄선고가 유력해진다.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은 지난 95년6월 서울 불광동 이모(36)씨 집에서 이씨의 부인 치과의사 최모씨와 한살바기 딸이 목졸린 시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용의자로 이씨가 지목된 후 4년간 법정공방을 벌여오고 있다. ◇크롬페처 교수 주장=현장검증 잘못에 따른 과학적 증거부족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사망후 피가 고이는 시반(屍斑)과 사체가 굳어지는 정도를 나타내는 시강(屍剛)분석 등을 근거로 피고의 유죄를 단정하는 것은 무모하다』며 『한국법의학자들의 감정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사체가 43도의 뜨거운 물로 채워진 욕조에 담겨져 있었다는 점을 간과한 상태에서 이뤄진 사망시각추정도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시체가 뜨거운 물에 담겨져 있을 경우 시반현상은 보통상태보다 빨리 진행된 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위내용물을 근거로 사망시각을 오전7시 전으로 추정한 한국 법의학자들의 감정결과는 기본전제를 간과한 것』이라며 『마지막 식사시각이 분명치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사망시각을 추정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크롬페처 교수는 또 『이번 사건은 현장검증 잘못으로 과학적인 증거자료가 절대 부족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망시각을 추정해 피의자를 궁지에 몰아넣은 것은 한국 법의학자들의 명백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황적준 교수 주장=黃교수는 피해자들의 사체검안 결과는 『시강·시반·위내용물 등 모든 증거를 과학적으로 종합한 것』이라며 크롬페처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黃교수는『한국 법의학자들의 사체검안은 크롬페처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서 설명하고 있는 검안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 피해자의 경우 재경직(일반적으로 사람이 숨진 뒤 7시간이 되기전에 인위적으로 경직을 풀면 다시 사체가 굳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숨진지 최소한 7시간이상 지난 상태로 판단됐다』며 『이는 사망시각이 오전7시 이전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黃교수는 수사기관의 최초 현장검증에 법의학자들이 참석하지 못하는 현실이 사체검안의 정확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크롬페처 교수가 한국 법의학자들의 검안결과를 불신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수사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수용기자LEGM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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