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청담보살, 섹시한 청담보살, 청담동 보살님 맞나요~' 11일 개봉한 영화 '청담보살'의 광고 노래인 '보살송'을 듣고 있자면 간드러지는 콧소리의 주인공이 과연 배우 박예진(28)이 맞는 지 의구심이 든다. KBS 사극 '대조영'(2007)의 초린 역으로 중장년 사극 팬들에게 어필했던 시절의 박예진에게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올해로 데뷔 11년째인 박예진이 기존의 눈물기 머금은 성숙한 캐릭터와 이별을 고하고 영화 '청담보살'에서 운명적인 남자(임창정)와 첫사랑남(이준혁) 사이에서 고민하는 발랄한 20대 처녀로 돌아왔다. 다만 '청담보살' 속 태랑에게 독특한 점이 있다면 개인적인 고민은 또래 20대들과 비슷하지만 직업이 청담동에서 가장 잘나가는 억대 연봉의 무당이라는 것.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한국아이닷컴과의 인터뷰에 나선 박예진은 "이전 출연작에서는 주로 내 나이보다 성숙하고 아픔이 많은 역할을 했다. 조금 더 가볍고 일상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다. 평소 친한 지인들과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끌어내 줄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청담보살'이 딱 그랬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무겁고 진지한 작품에 캐스팅된 적이 많았던 박예진이 이미지 대변신을 이룰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이다. 주로 사랑하는 남자를 다른 여자에게 보내는 역할('발리에서 생긴 일'의 영주)이나 사랑하는 남자 대신 배경이 좋은 남자를 택하는 역할('위대한 캣츠비'의 페르수)을 연기했던 그가 '패떴'에서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닭을 잡고, 물고기를 손질하는 모습이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열렬한 반응을 보냈고 연일 인기 검색어 1위에 박예진이라는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전에는 예능 프로그램과 담을 쌓고 살았죠. 친한 사람들 앞에서는 활발해도 평소엔 매우 내성적이에요. 그런데 예능 선수들인 작가와 PD분들이 'X맨' 때 저를 눈 여겨 보셨나 봐요. 사실 사람들 앞에서 말도 잘 못하고 울렁증도 있어서 '절대 웃기는 건 기대하지 말라'며 팀에 합류했어요. 대신 '몸으로 때우는 건 자신 있다. 일은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죠. 닭 잡고 생선 손질하는 것에 그렇게 큰 호응이 올 줄은 몰랐어요. 다 그렇게 해서 먹는 거잖아요." '패떴'의 첫 방송이후 급격하게 치솟는 인기와 대중들의 호응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다. 인기가 높아질수록 그에 반대급부로 따르는 악영향들을 주위에서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실 연일 검색어에 오르는 것이 얼떨떨하고 두려웠어요. 원래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러워하는 스타일이에요. 연예인 활동을 짧게 한 것이 아니기에 좋은 것을 취하면 반드시 잃어야 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사적으로 누려야 할 자유를 잃게 될 까봐 겁도 났고요." 잇따른 드라마 출연 스케줄 때문에 부득이하게 자진하차를 하게 됐지만 '패떴'이 박예진에게 미친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프로그램 속 밝고 명랑한 이미지 덕에 많은 이들이 그를 편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대했고, 인간 박예진보다 작품 속 캐릭터를 먼저 떠올리던 대중들의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패떴'을 하지 않았다면 '청담보살'의 출연도 어려웠겠죠. 이번에 처음으로 내 나이 또래에 맞는 역할을 맡았어요. 태랑이는 심지어 실제 나이보다 1살 어려요. 제가 기독교 신자라서 무당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처음엔 어렵게 느껴졌지만 영화가 전달 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운명보다 사랑을 믿으라는 것이어서 안심했어요." 실제로는 운명적인 남자를 언제쯤 만날 것 같으냐고 박예진에게 묻자 대뜸 고개부터 내젓는다. 그는 "결혼은 30대 중반 이전에는 꼭 하고 싶다. 하지만 나 혼자 계획만 세우면 뭐 하나. 남자가 없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결혼에 대한 계획 대신 “제가 00학번인데 아직도 졸업을 못했다. 학교도 다녀야 하고, 1년 넘는 동안 작품 활동을 하느라 여행을 못 다녔으니 여행도 다녀야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에게 좋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다음 작품을 골라야 한다. 사람들에게 선한 의지와 좋은 영향을 미치는 작품에 계속 출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