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길을 걷고 있는 남편과 아이디어를 짜내 기계분야에서 창업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세태속에서도 산업현장의 최고 기능인으로 불리는 기능장에 부부가 나란히 합격해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 부부 기능장이 탄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말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한 제32회 기능장 시험에서 관문을 당당히 통과한 김영택(31ㆍ용접분야)ㆍ고은정(27ㆍ기계가공분야)씨 부부. 기능장은 해당 분야에서 최상급 숙련기능과 현장 작업관리, 지도ㆍ감독, 현장 훈련 등의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 주는 것으로 실무 기능분야의 박사로 통하는 자격증이다. 기능장 시험은 실무경력이 11년 이상(산업기사 자격증이 있으면 6년)인 사람 가운데 기능대학의 기능장 과정을 이수 해야 응시할 수 있을 정도로 조건이 까다롭다. 고씨는 지난 99년 인천기능대학을 졸업하고 한전기공에 입사하면서 남편인 김씨를 처음 만났다. 사랑의 싹을 키우던 이들은 2001년 10월 결혼 후 지난해 3월 최고 기능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인천기능대학 기능장과정에 입학, 신혼의 단꿈을 뒤로하고 주경야독에 몰두했다. 물론 2세를 낳는 것도 합격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들 부부는 회사 일을 마치고 새벽까지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름휴가도 도서관에서 보낼 정도로 열심히 했다. 특히 고씨는 남성중심의 산업현장에서 기계설계 일을 하면서 여성이 하기 힘든 거친 일도 해야 했지만 남편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무사히 극복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인 지 1년만인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부부 기능장이 탄생한 것이다. 이들 부부는 기능장 외에도 부부합산 최다 자격증 취득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기능장 자격 취득으로 이들 부부는 회사 내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대우도 좋아졌다. 고씨는 현재 2년간 근무하던 한일정밀을 그만두고 창업이라는 또 다른 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내가 설계한 제품을 남편이 만드는 시제품 제작센터나 제조업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오철수기자 csoh@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