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가족 간병인 중 절반 가량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저축했던 돈을 모두 병간호에 쏟아 부으면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삶의질향상 연구과장은 지난 2003년 6~12월 국내 5개 호스피스완화의료관에서 말기 암환자를 돌보던 가족 간병인 1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간병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생활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자가 50%에달했다고 31일 밝혔다.
전체의 71.1%는 `간병 중 도움이 필요했다'고 답했으며 `간병 중 다른 가족이아프거나 정상적인 가족생활이 어려웠다'는 응답도 27%나 됐다.
또 ▲저축금의 전부 혹은 대부분 사용(54%) ▲가족의 주요 수입원 상실(34%) ▲더 싼 집으로 이사(18%) ▲다른 가족의 중요한 치료를 미룸(12%) ▲가족의 교육 계획을 미룸(13%) 등의 응답도 많았다.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은 환자와 가족의 가정형편이나 질병의 종류,간병장소 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환자를 의료기관에서 돌보는 경우에는 평상시(환자가 없는 경우)의 2.7배, 환자가 간암일 때는 3.6배, 가족의 경제력이 낮을 때는 2.97배, 주(主)간병인이 배우자인 경우는 3.9배 가량 저축액의 상실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간암환자를 돌보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간암환자의 70~80% 가량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 등으로 투병생활을 하다가 간암으로 진행되면서 전체적인 치료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으로 의료진은 분석했다.
이밖에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데 드는 비용은 `중년기'나 `노년기'보다 `가족형성기'인 경우에 3.57배 가량 더 들었으며 `출산기 또는 학령기'인 경우에는 8.3배,`청소년기 또는 출가 전'인 경우는 10.6배 등으로 가족의 저축액 상실이 큰 것으로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윤영호 박사는 "말기 암환자를 간병하는 데 드는 고비용 등의 사회경제적 영향은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입원이나 안락사, 자살 등과 같은 사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면서 "말기 암환자 가족의 간병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인보건복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