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항공 업계가 원고(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2·4분기 영업이익이 원고에 힘입어 흑자 반전을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수출기업과 달리 오히려 현금 흐름이 개선되는 항공 업계의 특성에 힘입은 결과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2·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 508억원, 아시아나항공이 29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경우 2·4분기에 361억원, 아시아나항공은 217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이 같은 항공사의 실적 회복에 대해 환율효과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화물 수요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2·4분기는 전통적인 항공 여객 비수기인데다 최근 일본이나 태국 등 주요 노선의 여객 실적도 좋지 않다"며 "실적 개선에 환율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 업계의 경우 환율 하락은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 항공유나 항공기 리스비 등 지급 비용의 80%가량을 달러를 기준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오르면 그만큼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연간 기준으로 840억원의 외화 부채가 줄어들며 순수 현금흐름으로 2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내리면 연 수익이 130억원 증가하게 된다.
두 회사는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 연간 환율 기준을 달러당 1,080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환율인 1,020원대와 비교하면 약 60원 가까운 환율 변동이 발생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지난 3월21일 항공 업계 기준치인 1,080원을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항공사의 환율 효과는 2·4분기 들어 본격화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대한항공의 경우 2·4분기 환율로 인한 이익 상승분이 57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은 전년보다 환율이 10% 떨어지면 연간 기준으로 7,400억원의 세전이익이 발생한다"며 "이번 2·4분기 평균 환율은 지난 1·4분기 1,070원보다도 약 4%가량 더 떨어진 만큼 500억원 이상의 환율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내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기대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연간 환율이 달러당 1,020원 수준을 유지할 경우 출국 여객수가 지난해보다 8.8%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