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 '회생의 길' 연다

판매작 40% 국내작품으로 채워… 100억원대 120여점 출품

서울옥션은 지난해 홍콩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아시아 미술시장을 겨냥한 '홍콩세일' 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옥션이 다음달 홍콩경매를 통해 미술시장의 국면 전환을 모색한다. 서울옥션은 내달 15일 오후 2시 그랜드하얏트에서 제2회 홍콩경매를 열고 총 낙찰예상가 100억원대의 작품 120점을 선보인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식시장 회복세 속에서 미술시장 회생의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이라며 "현대미술은 주식시장과 1년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회복세를 보이는데 미술에 대한 투자 관심이 커지면서 이 시간차가 짧아지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지금이 좋은 작품을 구입하기엔 적기라는 얘기다. 서울옥션의 홍콩시장 전략은 ▦적극적인 해외미술 소개 ▦한국미술의 주도권 확보 ▦아시아 미술 트렌드 반영으로 요약된다. 이번 경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현존 작가중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영국인 데미안 허스트의 '고요(Tranquility)'. 희귀종 나비로 캔버스를 꽉 채운 작품으로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전에는 50억원에 낙찰된 바 있는 작품이 시장상황을 반영해 비교적 저렴하게 나왔다. 이 시리즈는 나비가 촘촘하게 많을수록 고가다. 홍콩 경매 사상 처음으로 허스트의 작품이 출품된 것이라 눈길을 끈다. 이외에 아시아 시장 선호도가 높은 페르난도 보테로와 니키 드 생팔 등 서양작가를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또 판매작 중 40%를 한국작품으로 채워 한국미술의 주도권을 다질 계획이다. 크리스티와 홍콩 경매에서 인기를 얻은 홍경택ㆍ권기수ㆍ이호련ㆍ안성하ㆍ김덕용ㆍ이용덕 ㆍ이환권 등을 화랑 판매가의 60~70% 가격에 선보인다. 최고가는 홍경택의 '연필'로 90만 홍콩달러에서 출발한다. 북경에서 활동해 아시아권에 지명도가 있는 김수자의 작품도 처음 경매에 선보인다. 원로작가 박서보ㆍ김창렬ㆍ이우환과 백남준 등 국제성을 기반으로 시장확대가 더 필요한 작품들도 출품됐다. 아시아시장 전반을 공략할 전략도 갖췄다. 일단 경매일정을 홍콩아트페어(5월13~15일) 기간에 잡아 홍콩을 방문할 전세계 컬렉터들을 겨냥했다. 중국미술은 장샤오강을 필두로 한 고가의 현대미술를 제외한 대신 대만의 작고작가 산유(1901~1966) 등 중국계 근대작가에 주목하고 있다. 산유는 최근 소더비 홍콩경매에서 10억원 이상에 낙찰될 정도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대만 및 인도네시아 화교들의 구매력을 포섭하기 위한 작품들도 대거 출품됐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가페투스의 조각 '좋든 나쁘든'(25만~30만 홍콩달러)은 소 형상에 핏빛으로 인도네시아 지도가 그려진 작품이다. 동남아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로 자리잡은 스리야디 슈다르소노의 '다섯 댄서'(47만~55만 홍콩달러), 최근 2년간 경매 낙찰률 100%를 자랑하는 주밍의 '태극시리즈'(86만~110만 홍콩달러) 등도 나왔다. 프리뷰(경매 전 사전 전시)는 16~20일 서울, 30~5월2일 대만, 5월13~15일 홍콩으로 이어진다. (02)395-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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