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모순없는 정부를 기대하며

#장면 하나.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조직확대 및 공무원 증원 방안을 확정했다. 따라서 공정위는 17명의 직원을 늘릴 수 있게 됐고 금감위도 증원이 이뤄지게 됐다. 올들어서만 공무원 증원은 1만2,500명에 달했다.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2월 90만4,504명이던 교원ㆍ경찰 등을 포함한 전체 공무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95만7,208명으로 는 것을 감안하면 모두 6만5,000여명이 증가한 것이다. #장면 둘.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경련 국제경영연구원 주관으로 제주도에서 열린 제주하계포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유화 규약 등 국제규범 및 관행에 부합하지 않는 규제를 조기 폐지 및 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처럼 각종 모임에서 참여정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있는 규제개혁과 관련, “규제일몰제가 도입됐으나 존속기간이 설정된 규제가 전체의 1%수준에 불과하다”며 “규제의 전생애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들 장면은 참여정부가 안고 있는 모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규제개혁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숱하게 역설해왔지만 정부의 경제총수가 규제에 따른 폐해를 역설하고 있을 만큼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정부 한편에서는 규제개혁 부진에 따른 비효율적 경제환경을 한탄하면서도 또 다른 쪽에서는 ‘규제생산’의 기본요소인 공무원 증원을 계속하는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서비스 효율화와 청년 실업자 구제’ 등을 명분으로 하고 있는 참여정부의 공무원 증원 방침은 이렇게 정권 말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무원 증가는 곧 규제 증가로 이어진다’는 공직사회와 시장의 통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말 7,724건이던 총 규제건수는 매년 급증, 지난해말에는 8,084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증가와 규제건수의 정비례관계를 여실히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 덕택(?)으로 세계은행 분석결과 우리나라의 경제력은 지난해 기준 전년보다 한단계 떨어진 세계 13위에 랭크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약 8,880억달러에 그쳐 2005년 14위였던 러시아가 11위로 뛰어오르면서 밀려난 것이다. 이는 2004~2005년 인도에 밀려 12위로 떨어진데 이은 결과다. 경제동력 약화에서 야기된 이 성적은 결국 무엇보다 기업활동의 위축을 낳은 각종 규제 증가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본지가 창간 47주년 기념으로 경제전문가ㆍ기업인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이들 대다수는 차기정부의 과제로 ‘작은정부가 성장중심의 시장 우선 정책을 채택하는 것과 함께 규제철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손꼽고 있다. 그만큼 참여정부의 비효율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는 반증이다. 현재 한나라당과 범여권 등에서는 불과 4개월여 남은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권 후보선정을 위한 경합이 뜨겁다. 각 진영에서 조만간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차기 정권을 이끌어갈 지도자의 범위, 즉 한국경제 운용 방향이 어느정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더불어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도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어떤 분야에서라도 막연한 장밋빛 비전보다는 구체적이고 합리적이면서 실현 가능한 정책을 토대로 일관성 있는 즉 모순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점검이다. 이 것은 무엇보다도 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위축된 한국경제의 재도약을 이끌어내는데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처럼 각종 모순을 되풀이 한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를 확신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선택은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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