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2006 독일월드컵 예선 첫 경기 토고전. 경기를 중계했던 지상파방송 3사는 예상했던 대로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며 ‘월드컵 올인’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러나 방송사들이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토고전과 같은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방송가의 분석이다.
14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한 토고전은 71.0%의 시청률을 보이며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4년만에 단일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날 경기 시청률의 선두는 단연 MBC. 차범근-차두리 부자의 해설이 빛을 발하면서 30.9%로 선두에 올랐고 KBS 1TV가 24.2%, SBS가 15.9%를 기록했다. 3사를 합친 수치로 볼 때, 순간시청률로는 후반전 종료 휘슬 시점에 82.7%까지 올랐고 후반 9분 이천수의 만회골 순간이 78.6%, 안정환의 역전골은 79.1%였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지는 한국팀 경기 시청률이 토고전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관건은 역시 경기시간. 오후 10시에 열려 상대적으로 부담이 없었던 토고전과는 달리 프랑스전(19일)과 스위스전(24일)은 모두 새벽 4시에 시작한다. 한국이 16강에 올라간다 해도 조 1위(27일)로나 2위(28일)의 경우 모두 새벽 4시다. 화끈한 승부로 8강, 4강, 결승에 가도 무조건 새벽 4시 경기다.
역대 월드컵 시청률 기록을 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알 수 있다. 98년 프랑스월드컵의 경우 벨기에전(오후 11시, 74.7%), 멕시코전(밤12시, 73.1%)에 비해 네덜란드전(새벽 4시, 47.5%)이 뚝 떨어졌었다. 94년 미국월드컵때도 독일전(새벽 5시, 53.2%)이 예선 3경기 중 시청률이 가장 낮았다. 한국팀이 아무리 선전해도 ‘역대 월드컵 최고 시청률’ 기록을 깨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