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불신 가중 조정장 지속될듯

이번 주 뉴욕증시의 관심은 파산한 에너지 그룹 엔론처럼 회계를 조작, 수익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과연 어느 회사로부터 제기되느냐 하는 것에 맞춰질 전망이다.거시 경제지표는 경기침체의 바닥을 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지만, 과거 호황기의 잔재물인 '느슨한 기업 회계'가 뉴욕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엔 뉴욕증시 주요 블루칩 종목인 IBM을 비롯, 노텔 네트웍스, 엔비디아등의 주가가 회계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투자자의 분노를 유발했다. 소매매출이 확대되고, 고용통계가 호전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오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경제에 대한 신뢰 대신에 기업에 대한 불신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회계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오는 3월말까지 앞으로 6주 정도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주가가 조작된 회계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면 경기가 좋아진다고 한들 주가 상승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뉴욕 증시가 지난 2년간 하락한 후 올해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엔론 후유증을 계기로 뉴욕 증시가 올 상반기에 '조정(Correction)'을 거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한주 닷새 영업일 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1.6%, S&P 500 지수는 0.7% 각각 상승했지만, 나스닥 지수는 0.8% 하락했다. 다우존스 지수는 한때 힘겹게 1만 포인트를 회복했으나, 주말에 IBM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다시 하락했다. 이번주 뉴욕증시는 월요일인 18일 프레지던트 데이로 휴장하기 때문에 4일간 개장한다. ◇ 회계 불신 가중될 듯 애널리스트들이 회계 불신이 오는 3월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는 대부분의 상장기업들이 1~12월을 회계연도로 삼고 있고, 회계연도가 끝난후 90일 이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전년도 경영실적을 보고하도록 의무화돼 있기 때문이다. 상장회사들은 SEC에 보고하기 전에 기자회견이나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년도 경영실적을 공개했고, 현재의 주가는 이를 기준으로 형성돼 있다. 그런데 엔론 사건 이후 SEC가 상장회사 회계를 까다롭게 심사하고, 회계에 이상이 발견되는 기업에 즉각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경향이다. 따라서 상장기업들은 이미 발표된 내용 가운데 느슨한 부분을 조이고, 매출로 잡힌 부분 가운데 비용으로 처리할 부분을 다시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 여지가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주 회계 조작 의혹에 휘말린 IBM과 노텔 네트웍스다. 세계 최대컴퓨터 메이커인 IBM은 이미 공개한 전년도 회계에 의혹이 제기된 케이스다. 뉴욕타임스지는 IBM이 일부 사업분야의 매출을 완전하게 공개하지 않아 회계 공개에 잘못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이 기사를 읽은 투자자들은 미국의 대표적 기업의 하나인 IBM마저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며 주식을 내다 던졌다. 이에 IBM은 매출이 '적합하고 완전하게' 공개됐다고 주장했으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 IBM은 다우존스 지수를 산출하는 30개 회사중의 하나이면서, 나스닥 지수에서 인텔과 함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블루칩 종목이다. 노텔 네트웍스는 재무담당 책임자(CFO))가 직원 연금을 잘못 관리했다는 이유로 해임, 투자자들의 의혹을 샀다. 또 엔비디아는 연방감독당국이 회계장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투자자들은 IBM마저 그렇다면 마이크로소프트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등은 과거에 스톡옵션 형태로 직원들에게 자사주로 많이 나눠주었는데,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각할 경우에 대비, 비축해야 할 비용을 회계에서 처리하지 않고 있다. ◇ 소매업체 실적에 관심 이번주에는 월마트, JC 페니, 노드스트롬, 리즈클레이본 등 소매업체들이 일제히 경영실적을 발표한다. 이외에도 다임러 크라이슬러, 넥스텔, 에이질런드 테크놀로지스, 시에나, BEA 시스템스, 애트나등이 실적을 공개한다. 지난 1월에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매출이 전월대비 1.2% 상승, 미국인들의 소비가 활발하게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에 소매업체의 주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미시건대학이 발표한 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0.9로 1월의 93보다 낮아졌다. 엔론 사건 이후 미국 기업들에 대한 신뢰가 실추하면서 소비심리도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엔론 후유증이 뉴욕 금융시장은 물론 미국 경제 회복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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