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 연일 뭉칫돈 들어오는데… 투신 주식매수 '찔끔'

8월 한달 2조6,000억원 순유입 불구 최근 나흘 동안 3,000억원 이상 순매도
대형주 던지고 내수주 찔금 담아


최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로 연일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신권은 실탄만 잔뜩 쌓아둔 채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유럽ㆍ미국의 경기 둔화와 재정위기 때문에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데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등 대형 이벤트들이 도사리고 있어서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투신권은 자동차와 화학 등 대형주들을 팔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내수주들을 찔끔찔끔 사들이고 있다. 2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8월 한달 동안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 들어온 자금은 2조5,910억원으로, 7월(1,330억원)에 비해 2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8월 중 코스피지수가 2,000선이 붕괴되고 장중 1,600선(8월 9일 1,684.68)까지 주저앉는 등 급락장이 연출되면서 저가매수를 노린 스마트 머니가 대거 몰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처럼 펀드에 뭉칫돈이 들어오고 있지만 투신권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8월 한달 간 투신권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사들인 금액은 각각 8,078억원, 2,699억원으로 총 1조777억원에 불과하다. 유입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에서 투신권은 최근 나흘간 2,956억원을 내다팔았다. 지난달 30일 157억원 순매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나머지 사흘간 내다 판 금액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다. 투신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화학, 정유 등 대형주들을 내다 파는 대신 내수주나 중소형주들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 투신은 이 기간 동안 삼성전자 442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하이마트(182억원), LG디스플레이(176억원), 현대모비스(410억원), 기아차(201억원), 호남석유(220억원), LG화학(140억원), S-Oil(133억원) 등 대형주들을 대거 내다 팔았다. 다만 내수주인 NHN(289억원), 오리온(220억원), 신세계(57억원), KT&G(49억원) 등이 투신권의 순매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시장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 때문에 투자 주체들이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투자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난달 급락장 이후 기술적인 반등이 있었지만 이 흐름이 추세적으로 진행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에는 다음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동절 연설을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재무장관 회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형 이벤트들이 계획돼 있는데 여기서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 나와줘야 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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