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촬영 문제로 다시 독일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크루즈가 신봉하는 '처치 오브 사이언톨로지'를 돈을 목적으로 한 사이비 종교로 단정, 그동안 크루즈가 독일서 영화를 촬영하려 할 때마다 매번 시비를 걸어왔다. 이번에 다시 문제가 된 영화는 2차 대전 스릴러 '발키리(Valkyrie)'. 이 영화는 크루즈가 사장으로 있기도 한 UA의 작품으로 2차 대전 때인 1944년 히틀러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독일군 대령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암살시도는 실패, 히틀러는 부상만 입었고 곧 이어 폰 슈타우펜베르크와 그의 동조자들은 체포돼 처형됐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브라이언 싱거('X-맨'과 '돌아온 슈퍼맨')가 감독할 이 영화는 사실성을 살리기 위해 폰 슈타우펜베르크의 처형장이 있는 독일 국방부 본부 내 벤들러블록 기념관에서 찍을 계획이었으나 국방부가 이를 거절한 것. 국방부 대변인은 형식적으로는 "영웅적인 고인들을 추모하는 기념관에서의 촬영은 기념관의 위엄을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방면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사이언톨로지 신자인 크루즈가 폰 슈타우펜베르크역을 맡기 때문에 거절당한 것으로 분석했다. 폰 슈타우펜베르크의 아들 베르톨트도 "크루즈는 나의 아버지 역에서 손을 떼야 된다"며 영화 촬영에 반대했다. 이와 함께 독일 경시청에서의 촬영 허가원도 거절 당했다. 크루즈와 독일 정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6년에는 독일 정치인들이 '미션:임파서블'을 비롯해 크루즈의 모든 영화에 대해 보이코트를 요청했었다. 또 지난 2004년 크루즈는 '미션:임파서블 Ⅲ'를 역사적인 독일 연방의회 건물에서 찍기를 원했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2차대전 전범국으로 전체주의의 악몽을 겪은 독일 정부는 사이언톨로지가 전체주의 구조를 가졌다고 보고 지난 1997년부터 활동을 감시해 왔는데 이 때문에 크루즈는 2002년 주독 미대사를 만나 독일 정부의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키는데 힘을 써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었다. 공상과학 작가인 L.론 허바드가 창설한 사이언톨로지는 환자의 약물치료와 심리병리학 등을 인정치 않는데 크루즈는 자신은 이 종교로 인해 난독증을 고쳤다는 등 틈만 나면 종교를 선전, 일부로부터 빈축을 사왔다. 크루즈는 '세계 전쟁' 촬영 때는 세트에 텐트를 치고 방문자들에게 사이언톨로지 성직자들의 조언을 받도록 해 물의를 일으켰다. 크루즈는 또 배우 브룩 쉴즈가 산후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약을 먹은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크루즈는 또 2005년에는 심리학을 '나치과학'이라고 비난, 독일 정부의 비위를 거스르기도 했다. 배우 존 트라볼타의 경우도 사이언톨로지 신자다. '발키리'의 촬영은 7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으로 UA측은 영화를 벤들러블록 기념관에서는 찍지 못할 망정 반드시 독일에서 찍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발키리'의 얘기는 바그너의 걸작 오페라 '링' 사이클에서 훌륭한 음악과 함께 자세히 묘사된다. 베트남 전화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 "나는 아침의 네이팜탄 냄새를 좋아한다"고 으스대는 미군 중령 킬고어(로버트 두발)가 베트남 부락을 공격하기 위해 헬기를 타고 비행하면서 틀어댄 음악이 바그너의 '발키리의 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