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발판 세계 3위 한국 골프시장 잡겠다

13년째 일본 판매 1위 던롭스포츠 노지리 대표
한국형 젝시오 3세트 첫선, "박인비는 프로 중의 프로"


"한국은 40대 골퍼 중 80대 스코어를 찍는 골퍼가 22%에 이를 정도로 아마추어들도 대단한 실력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한국의 골프 저변이 한국인만을 위한 골프 클럽을 만들게 된 이유이지요."

13년 연속 일본 골프 클럽 판매 1위(젝시오)로 군림해온 던롭스포츠의 노지리 야스시(59ㆍ일본) 대표이사는 2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를 한국 시장 공략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던롭스포츠는 인기 클럽인 '젝시오' 시리즈를 만드는 일본 기업. 자국에서의 안정적인 입지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폭넓은 판매에 대대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던롭스포츠는 이를 위해 19일 발표한 신제품에 아예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해외 골프 클럽 제조사 중 드라이버ㆍ아이언 등 모든 라인에 걸쳐 한국만 타깃으로 한 제품을 내놓기는 던롭스포츠가 처음이다. 한국 시장의 올해 매출 비중을 회사 전체 매출의 10% 이상으로 늘릴 것이라고 한다.

노지리 대표는 "최근의 엔저 현상도 관련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국은 40대 골프 인구가 전체의 53%에 이르고 전체 골프 인구의 남녀 성비가 7대3일 정도로 여성 골퍼도 많다"며 "이처럼 적극적으로 골프에 관심을 갖는 한국 골퍼들이 열광할 만한 클럽을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던롭스포츠가 한국과 일본의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스윙 타입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골퍼는 모든 연령대에서 일본 골퍼보다 평균 헤드 스피드가 초속 1~2m 정도 빨랐다. "한국 골퍼들은 어느 나라의 골퍼보다 연습량도 많고 제품에 대한 정보에도 관심이 크다"는 노지리 대표는 "한국은 전체 골프 산업에서 시장 규모가 세계 3위(1위 미국, 2위 일본)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마켓"이라고 말했다.

던롭스포츠는 주로 80~90대 타수의 40대 골퍼를 타깃으로 한 '뉴 젝시오 포지드' 시리즈와 50대 후반부터 60대 이상의 입맛에 맞는 '뉴 젝시오 프라임' 시리즈, 여성 골퍼를 위한 '뉴 젝시오 프라임 레이디스' 시리즈까지 한꺼번에 세 종류의 한국형 제품군을 출시했다. 한국형 클럽의 핵심은 '듀얼 스피드 테크놀로지(DST)'. 클럽의 무게중심을 그립(손잡이) 쪽으로 10㎜ 이동시키는 한편 샤프트는 기존 모델보다 10g 줄여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를 동시에 높이는 기술이다. 무게중심이 그립에 가까워지면 마치 야구 배트를 거꾸로 들 때처럼 스윙이 빨라진다. 유난히 비거리에 민감한 한국 골퍼들을 위해 적용된 기술이다.

도쿄공업대 공학부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던롭스포츠의 수장으로 취임한 노지리 대표는 한국 선수 중 박인비를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박인비 선수는 대단한 기량과 멘털을 지닌 프로 중의 프로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리디아 고를 보면서 한국의 골프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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